"좋은 표정을 짓지 말며 싫은 표정도 짓지 말라. 그러면 여러 신하들이 그 본바탕을 드러낼 것이다."

기사입력 2012.07.02 00:19 조회수 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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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나 유방처럼 인재활용을 잘 하는 리더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리더라 해도 사람이기에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사람은 각기 다른 능력을 타고 난다. 민첩한 사람이 있으면 느리지만 꼼꼼한 사람이 있고,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이 있으면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다. 리더란, 그런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재를 모아서 뛰어난 팀으로 만드는 존재다. 그러나 누가 훌륭한 인재이며 부하가 어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부하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가는 언제나 리더의 어려운 숙제다. 항우는 유방보다 먼저 한신을 부하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끝내 한신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한신이 유방군에 가담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천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렸다. 반면에 유방은 측근 소하가 한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대장군으로 강력 추천해서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몇 명의 충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리더가 좋아하는 말만 하고, 리더가 좋아하는 일만 하려고 한다. 조직을 위해 중요한 계책이어도 리더가 싫어할 거라는 판단이 서면 리더에게 밉보이게 될까봐 참는다. 역사에 그렇게도 충신이 적고, 간신이 많은 이유다. 동양 최고의 역사책인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이릉이 군대를 이끌고 흉노와 싸우다가 투항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홀로 한무제 앞에 나아가 이릉을 변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사 결국 궁형을 당하고 말았다. 자신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리더를 대함에 있어서 과연 소신있게 조직을 위한 계책을 올릴 수 있는 부하가 얼마나 있겠는가. 리더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왔어도 한 순간에 한직으로 밀려 버리거나 귀양을 가거나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리더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을 내색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부하의 의견을 들어준다면, 부하는 자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리더가 어떤 의견을 좋아하고 싫어할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리더는 그 중에 가장 좋은 의견을 선택해서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한 신하가 '일본은 쳐들어 오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임금이 좋아하면서 '그래, 너 말이 맞다. 일본은 결코 쳐들어 오지 않을 거다.'라고 말하면 일본이 쳐들어 올 거라는 의견을 내려고 했던 신하는 멈칫 할 수 밖에 없다. 임금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면 임금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금이 일본이 쳐들어 오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도 별 반응없이 담담히 있으면, 일본이 쳐들어 올 거라고 믿고 있는 신하는 소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다. 아직 임금이 어느 의견을 좋아하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비자 [이병]편엔 "군주가 싫어하는 것을 겉으로 내비치면 신하들은 싫어할 만한 단서를 숨기고,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겉으로 내비치면 여러 신하들은 능력이 없어도 있는 척 한다. 군주가 자기 의욕을 겉으로 드러내면 신하들은 자신을 꾸미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바로 이 말이 실려 있다. "좋은 표정을 짓지 말며 싫은 표정도 짓지 말라. 그러면 여러 신하들이 그 본바탕을 드러낼 것이다."

리더는 항상 조직을 위해 부하가 최고의 계책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올바른 계책을 선정해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버리면 부하는 리더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조직을 위해 필요한 의견이 아니라 리더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의견을 내게 된다. 감정의 변화가 큰 사람이 결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정기석 기자 ael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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