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

기사입력 2012.07.13 00:39 조회수 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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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우리나라에서 팔린 복권은 3조원이 넘었다. 돼지꿈이나 불꿈 등 재물이 들어온다는 좋은 꿈을 꾸면 복권방으로 달려가서 로또를 사거나 연금복권을 산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복권에 당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삶에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만약 로또에 당첨될 행운과 큰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는 행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행운을 선택하겠는가?

건강할 땐 건강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 감기라도 걸려서 눕게 되면 그때서야 건강했을 때가 진정 좋았다는 것을 느낀다. 맛있는 음식도 좋은 차도 큰 집도 아픈 몸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 아플 땐 그저 어서 낫기 만을 바라며 병원엘 가고 약을 먹고 푹 쉬고 싶을 뿐이다. 현재의 우리 몸은 과거에 우리가 살았던 삶의 흔적이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며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일만 하고, 일이 힘들어 스트레스 받는다며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담배가 삶의 즐거움이라며 입에 물고 살고, 귀찮다며 인스턴트 음식만 먹고 살다보면 결국 언젠가는 화가 따른다. 그 때 가서 후회해 봤자 이미 병든 몸은 어찌 할 수가 없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 그보다 더 좋은 복이 있을까?

"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라는 말은 순자 '권학'편에 실려 있다. 순자는 학문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며 화를 입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신중히 하고, 좋은 이를 벗하며 거처할 곳을 잘 선택하고, 옛 선인들의 말씀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과 야망을 위해 일어섰던 동양 역사 속의 많은 이들 중에 자신의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인생을 마감한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마천의 '사기'만 봐도 갑자기 화를 당해 슬프게 인생을 마감하거나 힘든 삶을 살게 된 경우가 너무나 많다.

우선 한비를 보자.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뛰어난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로서 '한비자'라는 책을 남겼지만, 그의 삶은 어떠했는가.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이사에 의해 죽임을 당함으로써 한나라를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꿈은 실행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적국에서 내보임으로써 스스로 화를 당하고 말았다. '오자'라는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루는 병법서를 남긴 오기는 또 어떤가. 위(魏)나라와 초나라를 강대하게 만들었지만,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었기에 초나라에서 섬기던 도왕이 죽은 후 바로 왕족과 대신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래도 오기는 한비보다는 낫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 보기는 했으니까. 초나라 사람으로서 오나라를 강국으로 키워 아버지와 형을 죽인 초나라에 복수를 했던 오자서는 어떤가? 자신의 꿈인 초나라에 대한 복수엔 성공했지만, 자신의 계책을 들어주지 않는 오나라왕 부차 곁에 계속 머물다 결국 부차의 명령으로 자결하고 만다. 오나라가 망할 것을 알고 아들을 제나라에 맡겼으면서 정작 자신은 왜 닥쳐올 화를 피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죽기 전에 아무리 오나라왕을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그러나 다가올 화를 미리 알고 현명하게 처신한 이들도 있다. 월왕구천을 보필해 오나라를 멸망시킨 범려와 유방을 보필해 천하를 통일한 장량이 대표적이다. 범려는 오나라를 멸망시킨 후 월왕구천과는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할 수 없다는 편지를 대부인 문종에게 보내고 가족과 함께 월나라를 떠나서 화를 피했지만, 대부 문종은 망설이다가 월왕구천의 명령으로 자결하고 만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후, 제후로 임명한 한신이나 팽월, 경포 같은 공신을 대부분 제거했는데, 장량은 식읍이 만 호이고 작위는 열후이니, 평민이 최고에 오른 것이어서 만족스럽다는 말을 하고는 양생술을 배우며 세속의 일을 버려서 토사구팽을 당하지 않고, 편안히 인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화는 언제나 욕심과 함께 온다.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돈, 더 많은 명예 등을 원할 때면 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덮쳐 온다. 적당할 때 만족하고 훌훌 던져 버릴 수 있는 자만이 진정 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순자가 말했듯이, 옛 선인들의 말씀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삶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공부가 중요한 이유다. 화를 피한 이들에겐 화를 피한 지혜를 배우고, 화를 피하지 못한 이들에겐 화를 피하지 못한 이유를 배워서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면 큰 화를 피할 수 있는 복을 얻지 않을까. 아무리 힘든 삶이라 해도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함께 한다면 좋은 기회는 언젠가 올 수 있지만, 화를 당해 몸과 마음이 아프거나 죽음에 이르면 좋은 기회가 와도 더이상 잡을 수가 없다.

[정기석 기자 ael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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