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줄곧 천착해온 옻칠이야말로 자연의 색감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천혜의 재료이다. 하지만 옻칠은 본연의 제빛을 그리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옻 알레르기로 피부과를 드나들길 반복할 정도의 쉼 없는 정진 이후에야 원하는 빛을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옻칠은 삼베와 제대로 어울리는 재료이다. 자체 호흡을 하며 원초적 야생의 생명력을 지닌 옻칠과 원시적 숨결이 밴 삼베의 조화로운 만남을 이상적으로 주선하는 법을 잘 보여준다. 표현될 대상을 간결한 선으로 함축하고, 과하지 않은 발색을 적정한 면 분할과 여백의 조화로 화면구성을 조율한다. 권영애는 이러한 옻칠 회화로 무명의 인생일지라도 모두 숭고하고 존재가치가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 김윤섭(미술사 박사) 전시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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