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WORK
작업을 하던 나에게 어느 날부터 ‘소리’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소음’이었지만 나에게는 분명한 ‘소리’로서 다가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것이 마치 우리 ‘삶 속 소리’의 파편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서서히 그 소리와 동화되어 작업을 하는 동안 수 차례 삶과 작업을 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이것이 삶인지 작업인지, 작업인지 삶인지의 경계마저 모호해 지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에 대한 물음마저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거짓은 없으며 삶도 작업도 모두 내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한참을 삶과 작업의 혼재 속에 머무르다 정신을 차릴 즈음에 나는 내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무의식 중에 내 삶을 작업 안에 포함 시켜 놓은 것까지 깨닫게 된다. 즉 나의 모든 작업은 나의 삶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작업과 삶의 교집합인 ‘소리’를 ‘매개체’로서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고 결과적으로는 영상매체를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이 영상을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은 불규칙적인 상황들의 배열에 의해 나타나는 궁금증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더 해 갈수록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에 나름대로의 조각들을 맞추어 보게 되고 마침내 ‘소리’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
WORK ⊂ LIFE
앞서 말했던 작업의 내용이 작업 속에 삶을 포함 시키는 형태로 존재했다면, 반대로 이번에는 삶 속에도 작업을 포함시키려 한다. 나 개인에게는 그러한 포함관계가 그리 생소한 경험이 아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의 삶 속 작업이란 충분히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어려운 미술용어들이나 기술보다도 직관적인 소리로 작업을 느낄 수 있게 소리가 나는 일명 “sound shoes” 를 제작하였다. 신발 속에는 작업 할 때 들을 수 있는 수많은 소리들을 내장시켜 사람들의 걸음마다 소리가 날 수 있도록 그로인해 스스로 “작업리듬”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2. Communication Party1
유리와 음악, 음악과 유리. 유리는 입자를 가진 결정체인 반면 음악은 순간적이고 청각적인 것으로서, 기억으로 존재한다. 이렇게나 다른 음악과 유리를 하나의 오브제 속에 결합시킨 나의 작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오묘한 순간을 만들어 내어 음악도 유리도 아닌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나는 그 순간순간을 소통이라 칭하겠고, 그리하여 나의 작업의 주제도 소통 즉, “Communication”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타자와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다분히 주관적이어서 그 것이 잘 전달 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것을 더 알 수 없는 이유는 알 필요도 없거니와 사실상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런 인식도 못 한 채 대화가 잘 이루어졌겠거니 하며 다음 제스추어를 취해나간다. 참 재미있지 않은 가. 말하는 이의 환경, 또 듣는 이의 환경 등에 따라 말, 혹은 행동 등이 너무나도 다르게 변모 될 수 있지만 그런대로 대화가 이어져 나가고 그것이 삶이 되고 인생이 된다는 것이 말이다. (여기서 환경이라고 지칭한 것에는 그 사람의 신념, 소신, 가치관,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소속 등 수 많은 것들을 포함한다.) 빛과 거울이 만들어 내는 굴절도, 소리가 만들어내는 비트의 진동과 유리 사이의 상관관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통하여 유리에 상이 맺히는 형태까지를 의도한 이 작업은 사람들의 참여로만 완성이 되는 작업이다. 오역과 오해가 난무하는 의사소통 속에서 진실과 거짓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노출되고 즉흥적으로 변모되는 소통의 악보를 그려내기를 의도한다.
3. Communication Party2
‘소통’이라는 것이 오로지 ‘말’이라는 전제 하에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시원한 답을 내려준 한 꼬마신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남걸. 그는 선천적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작은 장애가 있는 친구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도 소통의 중요성을 아는 그는 세상과의 소통의 방식으로 음악을 선택했다. 음악적 영감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고 피아노를 치는 손가락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나는 후자에서 말한 ‘사람들’ 중 하나로 그의 블로그 에서 음악으로서 소통하고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는다. 언젠가는 그와 함께 작업 할 수 있기를 늘 소망했고, 이 작업을 통해 쌍방향은 아니지만 실현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그의 즉흥연주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특히 그의 “밤 음악” 에 매료되었다. 밤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악상을 즉흥으로 연주하는 그가 만들어 내는 선율을 느낀 후 나 또한 즉흥적인 드로잉과 즉흥적인 유리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무아지경에 빠져 행복한 연주를 하는 그와 행위는 다르지만 나 또한 무아지경이 되어 불 속에서 중력에 의해 춤을 추는 유리에게 즉흥적인 다른 유리들을 붙여 나간다. 그리고 그 것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즉흥적으로 배치 해 악보가 없는 그 음악에 악보를 만든다. 그리고 그와 나, 두 사람의 영감을 거쳐 악보의 형태로 까지 변모 된 그 작품은 다시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음악으로 회귀된다. 그리고 회귀 된 이 음악은 또 다른 가능성을 지닌다. - 백단비
이번 전시회는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갤러리 팔레 드 서울(www.palaisdeseoul.net)에서 열린다.
문의 :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6 / 02-730-7707
■ 작가약력
2009 대진디자인고등학교 시각정보디자인과 졸업
2012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 재학중
전시
2012 LIFE ⊂ WORK , WORK ⊂ LIFE/ 갤러리 팔레드 서울, 서울
2010 레드클랜 展 / 갤러리 이앙, 서울
2012 레드클랜 展 / 경인미술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