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욱의 작품은 삶의 파편처럼 저마다 의미를 담고 있다. 시대와 삶은 박자를 맞춰가며 움직여야 하지만 가속화 된 시대는 개개인의 삶을 버겁고 힘겨운 것으로 만들었다. 삶에 지친 사람들은 살면서 꼭 지켜야 하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속도 조절에 실패하여 제자리에서 이탈해 버린 컨베이어벨트와도 같다.
지금의 우리는 (적어도 나는) 일상에서 휴식을 즐기기에 너무 멀리 와있는 지도 모른다. 잠시만 속도를 늦춰도 숨통을 조이는 도시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유해야 하는 휴식을 꿈꿔야 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도시의 자본은 그것을 거리로 삼아 조악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탐하기도 한다. 도시 진천에 깔린 휴식의 판타지는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농락하고 있다.
작품 는 얄팍한 도시가 내놓은 휴식의 판타지에 대한 대안의 대표적인 수단을 보여준다. 문제는 도시라는 공간뿐만이 아니다. 성공에 혈안이 된 이 시대의 사람들은 (나도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실패에 매우 인색하다. 삶의 가치는 성공이라는 잣대에 기준하고 사람들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힘든 앙감질을 한다. 작가는 작품 <실패 없는 삶을 지향하는 실패하는 삶, 2012>으로 묻는다. 과연 실패 없는 성공이 가능한가. 또 성공을 위해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실패가 두려운 까닭에 성공의 지름길을 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장난기가 섞인 작품으로 익살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김희욱의 작품에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사라진 감성에 대한 아쉬움도 녹아있다. 이 아쉬움은 (사랑, 우정, 꿈, 희망, 낭만, 추억 등) 감성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려 이제는 그것을 진지한 태도로 공유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다.
작가는 삶 속의 허망한 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간혹 스스로 굳게 믿어 오던 어떤 것이 반대급부의 의미로 추락하는 것을 경험할 때에 그 심정은 참으로 불편하다. 간절했던 희망이 한 낯 몽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삶은 매우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반면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이상적인 꿈이 현실이 됐을 때에는 삶의 희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작품 <(day)dream, 2012>은 몽상과 희망이 한 순간 뒤바뀔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네온 텍스트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일부(day) 가 깜박거리며 day dream(백일몽)과 dream(희망)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인생은 꿈이다. 그 꿈은 곧 인생이다. 김희욱은 이 작품을 통해서 한끝 차이의 삶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기억하기를 바란다. - 막걸리
이번 전시는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플레이스막(www.placemak.com)에서 3월 30일부터 4월 12일까지 열린다.
오픈리셉션 : 3월30일 오후6시
문의 :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9 / 010-9169-3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