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알리아 갤러리에서는 3월 30일부터 4월 19일까지 진경(眞景)展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학창시절, 혹은 초기 작가시절에 기존의 선배들로부터 편한 길을 놔두고 힘들게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은 다양한 실험과 방식을 모색하여 다른 장르의 예술에도 접목하여 도전해 왔다. 이런 이유들로 때론 '정도를 걷지 않는 예술가'로 불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예술은 사조로 묶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조각과 회화는 정해져 있는 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듬어 지지 않고 정해지지 않는 길로 남보다 앞서 과가하게 먼저 들어서는 것이 바로 예술의 본연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작가들은 연령층이 다양하다. 작가간 나이차가 30여년정도 차이난다. 하지만 이들의 예술세계에서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예술은 나이를 떠나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시대에 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작가의 예술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 김덕용, 자운영2, 2011, 나무에 자개, 160x160cm
김덕용은 나무에 단청기법을 이용하여 한국의 정서를 그린다. 단순하게 표면에 색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깎고 벗겨내어 색을 올린 후 비비고 지워서 스며들게 하는 과정을 반복해 안료와 나무 판이 하나가 되게 만든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시간과 노동력과의 싸움이며, 그를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부르기보단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내는 장인이라고 부르는 편이 어울린다.
▲ 김인겸, Space-less, primer surface coating on stainless-steel, 100x92x9cm, 2012
김인겸은 기존의 조각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양식, 이를테면 물성, 입체성, 공간성을 거부한다. 그의 작업은 입체라고 생각했던 부조, 또는 환조 작품이 실제로는 평면의 형태에 더욱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며 관객을 당황하게 한다. 더불어 감상자의 이동 시점에 따라 사각형이었던 공간이 마름모꼴로, 혹은 사다리꼴로 변모하며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간들로 제시된다.
▲ 김혜련, 꽃동산, 105x75cm, Oil on Canvas, 2012
김혜련은 먹과 유화물감, 그리고 그녀만의 독특한 붓질을 통해 한국적 감성을 담은 새로운 표현주의적 회화를 그린다. 스쳐 지나갈법한 풍경, 유학 시절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화병, 떨어지는 별 하나에도 작가만의 감수성을 이입하여 마치 대상 하나하나가 초상화의 모델이 되어 인격이 있는듯한 존재로 탈바꿈 된다.
▲ 문범, (secret garden, #258 white, pink red, acrylics, oilstick varnish on canvas,
문범은 오일스틱과 손가락을 이용해 안료를 당기고 밀어 현미경을 통해 본 유기체들의 분열과도 같은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8년도부터 근작까지 4년여의 변화를 담은 문범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문범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해 왔고, 기존 권력과의 타협을 거부해 온 작가로 유명하다.
▲ 박성태, moon light, aluminum insect screening, 110x110cm, 2012
박성태는 알루미늄 철망을 이용해 인체나 말을 환조, 혹은 부조 형태로 제작한다. 초기에는 스산하리만큼 정적(靜的)이던 작품들을 했지만, 2001년부터 알루미늄 철망으로 재료를 변경하면서 정반대적 성향의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천부적인 조형성과 묘사력을 기반으로 한 말 연작들은 마치 그것들이 실제로 전시장 벽면을 질주하며 울부짖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완벽하게 표현되었다. 그의 작업은 전시장의 조명에 비추어 졌을 때에서야 비로서 진면목을 발휘한다.
이명호는 자연 속에서 발견한 특정 대상에 캔버스를 개입시켜 익숙했던 풍경을 마치 초현실주의 회화 같은 생경한 이미지로 탈바꿈 시킨다. 그는 대상을 인위적으로 꾸미거나 억지로 가공하지 않고, 자연의 성질이나 모습을 지키는 것이 ‘도(道)’라고 말한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작가는 태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를 자연에 대해 예(禮)를 갖추고 조심스레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완성된 작품보다도 오히려 평범한 나무 한 그루를 소개하기 위해 동원된 수많은 노동력과 시간을 들여 조심스럽게 마주했던 그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둔다.
▲ 이용덕, after swimming 110382, 110x180x12cm
이용덕은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서 음과 양, 유와 무, 채움과 비움은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대상을 똑같이 재현해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닌 관객에게 실재 이상의 감동을 전달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는 면에서 겸재의 환영과 이용덕의 일루젼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 정명조, The Paradox of Beauty #12-02, 72.7x116.7cm, Oil on Canvas, 2012
정명조는 화려한 한복을 차려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사진처럼 정교하게 묘사한다. 얼굴을 확인 할 수 없는 여인들은 의복을 통해 여인의 신분만을 가늠할 수 있으며 삶의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음을 유추 할 수 있다. 혼례(婚禮)를 올리거나 혹은 등관(登官)을 하는 날에도 이 여인들은 고개를 들고 마냥 환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조덕현은 연필과 목탄 등을 사용하여 사진 속 인물을 정밀하게 묘사해왔다. 그의 작품은 일반적인 개념의 데생과는 사뭇 아른 마치 풍부한 색감과 깊이감 있는 수묵화 같다.
▲ 조덕현, 진경연작33digital C-print, 50.8x76.2cm, 2012
최영걸은 마치 사진 같은 정밀한 한국화를 그린다. 기존의 동양적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서양적 입장의 구도나 표현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그는 현장을 충분히 답사하여 자연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숭고함과 경외심을 종교적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화폭에 옮김에 있어서는 주관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표현해 낸다.
▲ 최영걸, 노송도(老松圖), 127.5x227.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2
오픈리셉션 : 3월 30일 오후 5시30분
문의 :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47-17 레베쌍트 빌딩 / 02-3479-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