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노트
가령 이런 생각을 해본다. 바깥의 풍경을 보려고 유리창 앞에 서 있는 상황. 내 앞의 풍경에는 다른 집의 유리창이 있고 그 너머 또 다른 유리창. 이 겹겹의 풍경이란 것을 집약해서 하나의 풍경으로 요약한다면 내 작업의 핵심인 중첩, 즉, 겹에 대한 의미의 타당성이 부여된다.
밑바탕에 해당되는 캔버스에 하나의 이미지가 정해지고, 그 위에 들꽃이 그려지고 또 다른 겹 위에 다른 계절의 들꽃이 그려지면 시간을 초월한 하나의 작품이 탄생된다. 물론, 한 계절에 핀 들꽃만 그리거나 여러 종류의 꽃들을 집합시켜도 무방하다.
그러나 중첩 보다 더욱 중요한 콘셉트는 시각에 따라 사소한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방법론이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민감하게 움직이는 연약한 들꽃들. 나는 그것을 담아내려 한다.
디테일한 묘사보다 기억으로 재현하는 들꽃의 이미지는 현상으로서의 한계를 갖지 않고 영원한 예술적 가치를 갖고자 하는 소망이며 그로 인해 더 큰 이미지의 확대를 기대해 본다. 상징주의의 중요 이론중 하나인 ‘암시를 하면 꿈을 꾼다’라는 것. 그것이 내 그림의 인문학적 배경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www.insaartcenter.com)에서 4월 4일부터 4월 9일까지 열린다.
문의 :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 / 02-73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