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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
"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
2011년에 우리나라에서 팔린 복권은 3조원이 넘었다. 돼지꿈이나 불꿈 등 재물이 들어온다는 좋은 꿈을 꾸면 복권방으로 달려가서 로또를 사거나 연금복권을 산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복권에 당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삶에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만약 로또에 당첨될 행운과 큰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는 행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행운을 선택하겠는가? 건강할 땐 건강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 감기라도 걸려서 눕게 되면 그때서야 건강했을 때가 진정 좋았다는 것을 느낀다. 맛있는 음식도 좋은 차도 큰 집도 아픈 몸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 아플 땐 그저 어서 낫기 만을 바라며 병원엘 가고 약을 먹고 푹 쉬고 싶을 뿐이다. 현재의 우리 몸은 과거에 우리가 살았던 삶의 흔적이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며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일만 하고, 일이 힘들어 스트레스 받는다며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담배가 삶의 즐거움이라며 입에 물고 살고, 귀찮다며 인스턴트 음식만 먹고 살다보면 결국 언젠가는 화가 따른다. 그 때 가서 후회해 봤자 이미 병든 몸은 어찌 할 수가 없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 그보다 더 좋은 복이 있을까?"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라는 말은 순자 '권학'편에 실려 있다. 순자는 학문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며 화를 입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도 신중히 하고, 좋은 이를 벗하며 거처할 곳을 잘 선택하고, 옛 선인들의 말씀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과 야망을 위해 일어섰던 동양 역사 속의 많은 이들 중에 자신의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인생을 마감한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마천의 '사기'만 봐도 갑자기 화를 당해 슬프게 인생을 마감하거나 힘든 삶을 살게 된 경우가 너무나 많다.우선 한비를 보자.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뛰어난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로서 '한비자'라는 책을 남겼지만, 그의 삶은 어떠했는가.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이사에 의해 죽임을 당함으로써 한나라를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꿈은 실행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적국에서 내보임으로써 스스로 화를 당하고 말았다. '오자'라는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루는 병법서를 남긴 오기는 또 어떤가. 위(魏)나라와 초나라를 강대하게 만들었지만,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었기에 초나라에서 섬기던 도왕이 죽은 후 바로 왕족과 대신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래도 오기는 한비보다는 낫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 보기는 했으니까. 초나라 사람으로서 오나라를 강국으로 키워 아버지와 형을 죽인 초나라에 복수를 했던 오자서는 어떤가? 자신의 꿈인 초나라에 대한 복수엔 성공했지만, 자신의 계책을 들어주지 않는 오나라왕 부차 곁에 계속 머물다 결국 부차의 명령으로 자결하고 만다. 오나라가 망할 것을 알고 아들을 제나라에 맡겼으면서 정작 자신은 왜 닥쳐올 화를 피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죽기 전에 아무리 오나라왕을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그러나 다가올 화를 미리 알고 현명하게 처신한 이들도 있다. 월왕구천을 보필해 오나라를 멸망시킨 범려와 유방을 보필해 천하를 통일한 장량이 대표적이다. 범려는 오나라를 멸망시킨 후 월왕구천과는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할 수 없다는 편지를 대부인 문종에게 보내고 가족과 함께 월나라를 떠나서 화를 피했지만, 대부 문종은 망설이다가 월왕구천의 명령으로 자결하고 만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후, 제후로 임명한 한신이나 팽월, 경포 같은 공신을 대부분 제거했는데, 장량은 식읍이 만 호이고 작위는 열후이니, 평민이 최고에 오른 것이어서 만족스럽다는 말을 하고는 양생술을 배우며 세속의 일을 버려서 토사구팽을 당하지 않고, 편안히 인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화는 언제나 욕심과 함께 온다.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돈, 더 많은 명예 등을 원할 때면 화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덮쳐 온다. 적당할 때 만족하고 훌훌 던져 버릴 수 있는 자만이 진정 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순자가 말했듯이, 옛 선인들의 말씀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삶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공부가 중요한 이유다. 화를 피한 이들에겐 화를 피한 지혜를 배우고, 화를 피하지 못한 이들에겐 화를 피하지 못한 이유를 배워서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면 큰 화를 피할 수 있는 복을 얻지 않을까. 아무리 힘든 삶이라 해도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함께 한다면 좋은 기회는 언젠가 올 수 있지만, 화를 당해 몸과 마음이 아프거나 죽음에 이르면 좋은 기회가 와도 더이상 잡을 수가 없다.
"좋은 표정을 짓지 말며 싫은 표정도 짓지 말라. 그러면 여러 신하들이 그 본바탕을 드러낼 것이다."
"좋은 표정을 짓지 말며 싫은 표정도 짓지 말라. 그러면 여러 신하들이 그 본바탕을 드러낼 것이다."
조조나 유방처럼 인재활용을 잘 하는 리더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리더라 해도 사람이기에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사람은 각기 다른 능력을 타고 난다. 민첩한 사람이 있으면 느리지만 꼼꼼한 사람이 있고,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이 있으면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다. 리더란, 그런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재를 모아서 뛰어난 팀으로 만드는 존재다. 그러나 누가 훌륭한 인재이며 부하가 어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부하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가는 언제나 리더의 어려운 숙제다. 항우는 유방보다 먼저 한신을 부하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끝내 한신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한신이 유방군에 가담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천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렸다. 반면에 유방은 측근 소하가 한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대장군으로 강력 추천해서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몇 명의 충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리더가 좋아하는 말만 하고, 리더가 좋아하는 일만 하려고 한다. 조직을 위해 중요한 계책이어도 리더가 싫어할 거라는 판단이 서면 리더에게 밉보이게 될까봐 참는다. 역사에 그렇게도 충신이 적고, 간신이 많은 이유다. 동양 최고의 역사책인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이릉이 군대를 이끌고 흉노와 싸우다가 투항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홀로 한무제 앞에 나아가 이릉을 변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사 결국 궁형을 당하고 말았다. 자신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리더를 대함에 있어서 과연 소신있게 조직을 위한 계책을 올릴 수 있는 부하가 얼마나 있겠는가. 리더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왔어도 한 순간에 한직으로 밀려 버리거나 귀양을 가거나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리더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을 내색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부하의 의견을 들어준다면, 부하는 자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리더가 어떤 의견을 좋아하고 싫어할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리더는 그 중에 가장 좋은 의견을 선택해서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한 신하가 '일본은 쳐들어 오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임금이 좋아하면서 '그래, 너 말이 맞다. 일본은 결코 쳐들어 오지 않을 거다.'라고 말하면 일본이 쳐들어 올 거라는 의견을 내려고 했던 신하는 멈칫 할 수 밖에 없다. 임금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면 임금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금이 일본이 쳐들어 오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도 별 반응없이 담담히 있으면, 일본이 쳐들어 올 거라고 믿고 있는 신하는 소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다. 아직 임금이 어느 의견을 좋아하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한비자 [이병]편엔 "군주가 싫어하는 것을 겉으로 내비치면 신하들은 싫어할 만한 단서를 숨기고,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겉으로 내비치면 여러 신하들은 능력이 없어도 있는 척 한다. 군주가 자기 의욕을 겉으로 드러내면 신하들은 자신을 꾸미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바로 이 말이 실려 있다. "좋은 표정을 짓지 말며 싫은 표정도 짓지 말라. 그러면 여러 신하들이 그 본바탕을 드러낼 것이다."리더는 항상 조직을 위해 부하가 최고의 계책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올바른 계책을 선정해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버리면 부하는 리더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조직을 위해 필요한 의견이 아니라 리더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의견을 내게 된다. 감정의 변화가 큰 사람이 결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유다.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이쪽의 단점을 가지고 적의 장점을 치지 않고, 이쪽의 장점을 가지고 적의 단점을 칩니다."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이쪽의 단점을 가지고 적의 장점을 치지 않고, 이쪽의 장점을 가지고 적의 단점을 칩니다."
자연계의 모든 존재는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초원의 제왕인 사자조차 얼룩말을 잡은 후 편안하게 먹지를 못한다. 독수리가 하늘을 날기 시작하고, 하이에나가 하나 둘 모여든다. 하이에나가 열 마리 이상 모이면 아무리 사자라 해도 힘들게 잡은 먹이를 두고 도망칠 수 밖에 없다. 경쟁자와의 목숨을 건 투쟁, 그것이 바로 자연계의 법칙이다. 그 투쟁에서 승리하고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경쟁자보다 잘 하는 것은 무엇이고, 경쟁자가 나보다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손자병법 모공편에 있는 유명한 말인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다.)' 에서 적을 알고 나를 안다는 것은, 바로 적의 장점과 단점, 나의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단점이 없는 완벽한 존재가 있을까. 장점은 언제든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은 언제든 장점으로 바뀔 수 있다. 덩치가 큰 타자는 힘이 좋아서 홈런을 잘 칠 수 있지만, 대부분 발이 느려서 주루플레이는 제대로 할 수 없다. 키가 작은 공격수는 헤딩 슛을 넣기는 힘들지만, 빠른 발로 드리블 돌파를 잘 할 수는 있다. 난쟁이 전사가 거인 전사와 1대1로 싸워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난쟁이 전사의 장점은 스피드가 빠르다는 것이요, 단점은 팔이 짧고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거인 전사의 장점은 팔이 길고 힘이 세다는 것이요, 단점은 느리고, 무기에 공격 당할 수 있는 범위가 크다는 것이다. 난쟁이 전사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거인 전사의 단점을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기는 칼이나 창보다는 활이 좋을 것이다. 빠른 발로 도망 다니면서 활을 쏴야만 이기기 쉽기 때문이다. 거인 전사와 창칼로 맞부딪쳐 싸우는 건 곧 죽음이다.조선시대까지 우리 군대에서 활이 주무기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산악지대가 많아서 말을 타고 싸우기가 어렵고, 개인의 체격 또한 작은 편이었다. 인구도 많지 않아서 대부분 적은 병력으로 많은 수의 적을 상대해야 했다. 말을 타고 쳐들어오는 유목민족이나 많은 수의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군대를 이기기 위해 산악지형을 최대한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험한 산 위에 산성을 쌓고 활을 쏘며 대항하면 말을 탄 유목민족도 쉽게 올라올 수 없고, 소수로도 다수의 병력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우리 민족이 중국에 흡수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었다.중국의 진나라가 멸망한 후 항우와 유방의 쟁탈전이 치열했을 때, 한신은 배수진을 쳐서 조나라를 평정한 후, 조나라의 성안군에게 자신의 군대를 무찌를 수 있는 계책을 냈던 광무군을 사로잡은 후 스승으로 모신다. 그리고는 연나라와 제나라를 평정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데, 연나라와 제나라를 치는 것은 잘못된 계책이라고 말하면서 광무군이 했던 말이 바로,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이쪽의 단점을 가지고 적의 장점을 치지 않고, 이쪽의 장점을 가지고 적의 단점을 칩니다."이다. 파죽지세의 한신군이었지만, 오랜 싸움으로 지쳐있는 것이 단점이었고, 연나라나 제나라 군대는 성안에서 편안히 지키고 있는 것이 장점이었기에 단점으로 장점을 치는 것은 나쁜 전략이라는 것이다. 고로 광무군은 지쳐있던 군대와 조나라를 어루만진 후 한신군의 장점을 사자를 통해 연나라에 알리면 연나라는 복종할 수 밖에 없다는 계책을 냈다. 광무군의 말대로 한신은 군대를 쉬게 하고, 조나라를 안정시킨 후 사자를 연나라로 보내 간단히 연나라를 복종시킨다.인생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아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내가 지닌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전시키면 적은 노력으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내가 못하는 분야에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타인과 비교해서 내가 지닌 뛰어난 능력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교육의 핵심이다. 그러나 천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 능력은 숨겨져 있기에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통해 그 능력을 찾아내야 한다.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떤가? 서로 다른 능력을 타고난 수십 명의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똑같은 걸 가르치고 있다. 음악성이 풍부한 아이든 축구를 잘 하는 아이든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든 시를 잘 쓰는 아이든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를 똑같이 배우며 좋은 대학에만 가려고 애쓴다. 자신이 타고난 능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부자인 부모를 만난 아이는 학원이든 고액과외를 하든 유학을 가든 자신의 능력을 찾아낼 기회가 많지만, 가난한 부모를 만난 아이는 오직 학교 안에서나 자신의 능력을 찾아내서 발전 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지금 가능한가?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두운 가장 큰 이유다. 선생님은 학생이 타고난 능력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줘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우리 선생님들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가? 결국 우리의 아이들은 어려운 길을 돌아 스스로 부딪치며 어렵게 어렵게 자신이 지닌 뛰어난 능력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몇 명이나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능력을 찾아낼 수 있을까.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 의무감 때문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대부분일텐데...
"옛날에 전쟁을 잘 한다고 일컫는 자는 승리하되 쉽게 승리하는 자이다."
"옛날에 전쟁을 잘 한다고 일컫는 자는 승리하되 쉽게 승리하는 자이다."
지금은 드라마 세상이다. TV 어디를 돌리든 드라마가 나오고, 극장엔 새로운 영화가 쏟아진다. 드라마(drama)라는 낱말은 희곡이라는 뜻과 함께 '극적 사건' 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언제나 우리의 주인공은 쉽게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견디고 헤쳐 나간 후에나 사랑하는 이를 구하고, 영웅이 된다.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시리즈나 원빈의 '아저씨'가 대표적이다.우리 인생살이 또한 쉽지 않기에 주인공의 고군분투에 우린 함께 울고 웃는다. 그런데 만약 주인공이 너무나 쉽게 악당을 쳐부수고 사랑하는 이를 구한다면 그 드라마나 영화가 흥행할 수 있을까?2002한일월드컵 때, 이탈리아와의 16강 전이 왜 지금도 많이 이야기 되고 있을까. 이탈리아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영화로 말하면 마지막에나 등장하는 가장 강력한 악당이었다. 델 피에로, 말디니, 부폰, 가투소, 토티 등 그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가 포진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이탈리아를 이길 거라고 예상한 축구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거기에 안정환 선수의 페널티킥 실패 후 이탈리아 비에리 선수의 헤딩 선제골이 들어가면서 계속 이탈리아에 끌려 가다가 '이렇게 16강에서 탈락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인 후반전 42분에 터진 설기현 선수의 극적인 동점골, 그리고 연장전에서 페널티킥 실축 후 뛰는 내내 힘들었을 안정환 선수의 너무나 드라마틱한 골든골...그 누가 이렇게 매력적인 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 그런데 만약 삶과 목숨을 걸고 우리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그런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면 그래도 우리는 강력한 악당과 온갖 어려움을 만나야 하는 길을 가야 하는 걸까? 골리앗과 싸움을 한다면, 총 대신 돌을 달라고 해야 하나? 총으로 골리앗을 쓰러뜨리면 시시하니까?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은 월드컵 조편성에서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한 조에 편성되기를 바래야 하나? 약한 팀과 싸우는 건 재미없으니까? 드라마나 영화에선 대부분 주인공이 마지막에 웃지만,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2002월드컵 16강 전에서 드라마틱하게 이탈리아를 이긴 댓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연장전까지 간 피말리는 승부 탓에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 났고, 부상당한 선수들도 있었기에 8강전이었던 스페인전에선 한 골도 못넣고 어려운 경기를 하다가 승부차기까지 가서야 겨우 이겼다. 16강전과 8강전 두 번 연속 강팀과의 연장전 승부로 4강전이었던 독일전에선 체력의 열세와 부상선수의 공백이 생겨 홈이점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패하고 말았다. 16강전과 8강전을 연장전까지 가지 않고 쉽게 이겼다면 독일은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었다면 꿈의 무대인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과 당당히 겨루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 같은 멋진 승리 때문에 선수들은 완전히 지쳤고, 그 후유증으로 더 높은 곳은 가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옛날에 전쟁을 잘 한다고 일컫는 자는 승리하되 쉽게 승리하는 자이다."라는 말은 손자병법 '형'편에 나오는 말이다. 손자는 천하 사람들이 '잘 싸웠다'고 말하는 승리는 잘 한 승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혜롭다는 명성도 없고, 용맹한 공적이라는 말도 따라 붙지 않지만, 싸워서 승리하는 데엔 어긋남이 없게 하는 것이 바로 전쟁을 잘 하는 자가 승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손자는 손자병법 '모공'편에서 전쟁을 하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고, 공격을 하지 않고 적의 성을 함락시키며, 질질 끌지 않고 적의 나라를 무너뜨리고, 적을 온전하게 하여 천하를 다투는 것이야말로 용병을 잘 하는 자라고 말한다.병법이 생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병사들에게 개미떼처럼 성벽에 올라가서 싸우라고 하다가 병사들의 삼분의 일을 죽게 만들기 전에 '어떻게 하면 병사들의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적을 이길 수 있을까?' 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혁신적인 전략가와 장수가 병법을 만든 것이다. 병사를 아낄 줄 모르고,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전쟁을 치뤘던 장수가 어찌 혁신적인 전략을 생각해 낼 수 있겠는가.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밀어 부치면 일하는 사람만 힘들지 결과가 좋을 수 없다. 나무꾼이 돌도끼로 나무를 베려고 하면 하루종일 열심히 일한들 나무 한 그루 제대로 베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나무를 벨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봐야 돌도끼보다 훨씬 더 성능이 좋은 강철도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더 쉽게 하려는 생각과 의지가 바로 혁신의 원천이다. 더 쉽게 무거운 짊을 옮기려는 고민이 바퀴를 만들어 냈고, 더 쉽게 산과 바다를 건너려는 고민이 비행기를 만들어 냈고, 더 쉽게 백성이 글자를 읽을 수 있게 해주려는 고민이 한글을 만들어 냈다. 혁신은 결코 하면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혁신은 이루어진다. 큰 전쟁을 치룰 때마다 어김없이 인류의 문명이 발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죽지 않으면서 적을 더 쉽게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치열한 고민을 하다보니 레이더도 헬리콥터도 탱크도 미사일도 만들어 내는 것이다.내가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멋진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어려운 길로만 간다면 결국 발전은 없고, 스트레스에 건강만 나빠지기 쉽다.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사망률이 계속해서 세계 1위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안하고, 휴일도 반납하고 최대한 많은 시간동안 쉬지도 않고 일만 하다보니 가장들이 쓰러져 가는 거다. 대기업 회장이라는 사람이 공휴일이 많으니 더 줄이자고 하는 나라에서 도대체 어떻게 혁신이라는 것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혁신은 더 쉽게 더 효율적으로 일한 후, 더 많이 삶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만이 해낼 수 있다. 더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찾아보자. 그리고 쉽게 감으로써 여유가 생긴다면 음악도 더 많이 듣고,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사랑하는 이와 산책도 더 많이 하자. 삶이 우리에게 주어진 이유는 마음껏 즐기라는 것이지, 결코 투쟁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쉬운 길로 가자.
"세 사람은 모두 인걸인데, 나는 이들을 채용할 수가 있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게 된 까닭이오."
"세 사람은 모두 인걸인데, 나는 이들을 채용할 수가 있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게 된 까닭이오."
5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나라가 치열하게 자웅을 겨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결국 시황제의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그러나 진제국은 불과 15년 만에 망했기에 진시황제를 춘추전국시대 최후의 승자라고 할 수는 없겠다. 그렇다면 춘추전국시대 최후의 승자는 누굴까. 진나라의 멸망 후 다시 어지러워진 천하를 통일해 전한과 후한을 합쳐 무려 400년이나 지속된 한(漢)나라를 건국한 유방이 아니겠는가."세 사람은 모두 인걸인데, 나는 이들을 채용할 수가 있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게 된 까닭이오." 라는 말은 유방이 황제에 즉위하고 낙양에 도읍한 후, 낙양의 남궁에서 신하들과 술 한 잔 하며 유방 자신이 천하를 갖게 된 까닭과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유방이 신하들에게 했던 말이다. 세 사람은 장량과 소하, 한신이다. 유방은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판 짓는 능력에선 자신이 장량만 못하고, 백성을 어루만지며 군량을 공급하는 일에선 자신이 소하만 못하고, 싸우면 꼭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빼앗는 것에선 자신이 한신만 못하지만, 자신이 이들을 채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고, 항우에겐 범증이 있었지만, 채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항우가 자신에게 패한 것이라고 말했다.요즘 대통령 선거나 서울시장 선거 등을 할 땐 어김없이 방송토론이라는 것을 한다. 사회자는 각 후보자에게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각 후보자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하거나 다른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시청자는 당연히 각 분야에 대해 두루 지식이 많고,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는 후보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만약 유방이 대통령 후보자로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업도 돌보지 않고 놀기 바빠서 제대로 공부 한 번 해보지 않은 유방에게 경제와 문화, 외교, 국방 등에 관한 질문을 마구 던진다면 유방은 어떤 대답을 할까? '외교문제는 장량에게 물어보시오, 경제나 행정문제는 소하에게 물어보시오, 국방문제는 한신에게 물어보시오.' 라고 대답하는 건 아닐까. 아는 게 많은 사람이 훌륭한 리더인가? 아니다. 능력있는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앉혀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줄 아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이다. 지식과 리더십은 별 상관이 없다. 동양 역사에서 유방은 리더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다.선거가 있을 때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면 대학교수의 이름이 오르내리곤 한다. 대학교수는 한 분야의 전문가로써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지식은 물론 많다. 그런데? 대학교수가 한 조직의 리더가 되어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 백 수 천 명의 조직원을 이끌고 훌륭한 정책을 만들어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을까? 자신보다 지식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린 학생들과 주로 생활하던 교수가 자신보다 실무능력이 훨씬 뛰어난 인재가 우글거리는 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병법 이론에만 능통했던 조나라의 조괄이 사령관이 되었다가 조나라 군사 40만명이 생매장 당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코 지식이 많다고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알고, 사람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만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 곁에는 언제나 훌륭한 인재가 많다. 한 나라의 최고 리더인 대통령을 뽑을 때 후보자들만의 방송토론을 할 게 아니라 각 후보자 곁에 어떤 능력있는 인물이 그를 보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래야 후보자가 진정 리더십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며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앞세우는 이가 어찌 능력있는 인재를 알아보고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는가. 자신에게 아부하는 이들이나 가까이 할 뿐...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 금(金)을 주겠다."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 금(金)을 주겠다."
대한민국은 5년 단임제의 대통령제 국가다. 5년에 한 번씩 국민의 투표로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대통령이 나라를 잘 운영해도 5년 후엔 대통령자리에서 물어나야 한다. 같은 정당에서 대통령을 두 번 연속한다면 10년 정도는 정책의 연결성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지만, 5년 후에 다른 정당에 의해 대통령이 바뀐다면 5년 만에 정책의 연결성이 흔들려 버린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십 년동안 많은 국가적인 노력으로 유지한 햇볕정책이 이명박정권이 들어서고 풍지박살이 나면서 정부의 정책을 믿고 대북정책을 추진한 기업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고 있는가. 그리고 추후 북한의 정세가 급격하게 변할 시 과연 대한민국은 북한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십 년 동안의 투자가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4년에 한 번 선거를 하는 국회나 5년에 한 번 선거를 하는 대통령은 당선된 그 순간부터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로 십 년 이상을 내다 보고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당장 다음 선거를 위해 국민에게 인기 있고, 국민 눈에 쉽게 들어오는 전시성 행사 위주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축제행사다.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서울시민의 기대 때문에 결국 지금 서울시는 어떻게 되었는가?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여주기 행정 때문에 매 년 별 소득도 없이 쓰이는 축제행사 비용은 또 얼마나 많은가. 4년이나 5년 마다 정권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는 이 정치시스템에서 과연 국가와 국민에게 두고두고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고, 추진될 수 있을까?동양 역사엔 사회의 부조리와 훈구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사회와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많은 개혁가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혁가는 뜻을 이루지도 못하고 훈구세력에 의해 제거 당하고 개혁은 실패하곤 했다. 조선시대 중종 때 도학정치를 펼쳤던 조광조가 그랬고, 중국의 송나라 때 신법을 펼쳤던 왕안석 또한 그랬다. 많은 이권을 가지고 있는 훈구세력이 자신들의 이권을 빼앗게 될 개혁법안을 찬성할 리가 없다. 그러나 드물게도 성공한 개혁이 있으니 그 중에 하나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상앙이 추진한 사회 개혁법인 '변법'이다. 물론 상앙 또한 자신을 지지해 준 효공이 죽은 후, 반대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는 했지만 변법은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주었다.상앙은 진나라 효공에게 임용된 후 옛 법을 바꾸어 새로운 법을 만들었지만, 백성이 새 법령을 믿지 않을까 염려하여 널리 알리기 전에 큰 나무를 도성 저잣거리의 남쪽 문에 세우고 백성을 불러 모아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 금(金)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성이 아무도 옮기지 않자 다시 오십 금을 주겠다고 말하니 한 남자가 나무를 옮겨 놓았다. 상앙은 즉시 그에게 오십 금을 주어 나라에서 백성을 속이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나서야 새 법령을 널리 알렸다. 법령이 시행된지 일 년 만에 진나라 백성 가운데 도성까지 올라와 새 법령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자가 천 명을 헤아릴 정도였지만, 태자가 법을 어겨서 태자 대신 태자의 스승인 공자 건의 목을 베니 그 다음 날부터 진나라 백성은 모두 새로운 법령을 지켰다. 그 후 십년이 되자 진나라는 부강해지기 시작해 상앙이 재상으로 있었던 20년 동안 진나라는 천하통일의 기반을 굳건히 다졌다. 상앙은 법령이 편하다고 말하는 자도 교화를 어지럽히는 자라며 전부 변방 지역으로 쫓아 버려서 백성들은 새로운 법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자가 없었다.상앙은 개혁의 성공은 그 무엇보다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믿은 정치가다. 아무리 좋은 법안도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해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하물며 정부가 국민을 속이려고 노력하는 정권 아래서 어떤 좋은 정책이 실행되고, 또 국민이 그 정책을 따라 줄 수 있겠는가. 아이를 더 많이 낳으라고 아무리 홍보를 해도 내 아이를 언제든 국가가 책임져 줄 거라는 신뢰가 없다면 조금이라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젊은 부부는 아이 낳기가 어렵다. 그러나 예를 들어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 한 명당 월 100만원씩 지급해주겠다는 정책을 세우고, 계속해서 십년 이십년 변함없이 그 정책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그래도 신생아수가 줄어들까? 적어도 돈이 없어서 아이를 못낳는 젊은 부부는 없을 것이다.상앙의 '변법'이 성공한 이유 중 또 하나는, 상앙이 효공이라는 훌륭한 임금과 함께 20년이라는 세월을 재상으로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효공이 만약 상앙이 변법을 추진한지 몇 년만에 죽었거나, 효공이 상앙을 몇 년 만에 재상직에서 쫓아냈다면 과연 진나라가 변법을 그렇게 추진해서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우리 조선의 세종대왕이 그렇게 훌륭한 정치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도 30년이 넘게 임금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책을 실행하다가 부족한 면이 나타나면 보완해서 다시 실행하고, 능력있는 인재와 함께 훌륭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세종대왕이 그런 훌륭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세종대왕이라고 해도 5년만 임금을 했다면 한글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4년이나 5년에 한 번씩 선거로 인해 정부의 정책이 갈팡질팡 한다.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려는 정치 뿐이다. 온 국민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중무장한 새로운 사회에 과연 지금의 정치시스템이 잘 어울리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좋은 정책이 많이 만들어져서꾸준하게 오랫동안 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정치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정치시스템이 제대로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계속해서 먼 미래의 일일 것이다.정치가 문제다.
"그렇다면 만약 돈으로 나라의 임금을 사서 그 나라를 평정하면, 몇 배의 이익이 생길까요?"
"그렇다면 만약 돈으로 나라의 임금을 사서 그 나라를 평정하면, 몇 배의 이익이 생길까요?"
우리나라는 언제나 정권 말기가 되면 기업인과 정치인의 비리문제가 터지곤 한다. 이명박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인은 돈이 필요해 기업인에게 접근하고, 기업인은 새로운 사업기회와 이권 등이 필요해 정치인에게 접근한다. 이러한 정치인과 기업인의 공생관계는 그 역사가 길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말기 여불위라는 큰 상인은 진(秦)나라의 태자인 안국군의 둘째 아들 자초가 조나라에서 볼모로 있으면서 생활이 어려워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보다 더 장사에 능통한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만약 돈으로 나라의 임금을 사서 그 나라를 평정하면, 몇 배의 이익이 생길까요?" 여불위의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말로 할 수 없지."여불위의 노력으로 자초는 안국군의 태자가 되고, 안국군은 소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지만 1년 만에 죽어 태자 자초가 왕위에 오르니 이 사람이 장양왕이다. 장양왕은 여불위를 승상으로 삼고 문신후에 봉했으며, 하남 낙양의 10만 호를 식읍으로 줌으로써 자신을 왕위에 오르게 해 준 은혜를 확실하게 갚는다. 여불위의 집에는 하인이 만 명이나 있었고, 빈객이 3,000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장양왕은 즉위한지 삼 년 만에 죽고, 태자 정이 왕위에 오르니 바로 진시황이다. 진시황은 처음엔 여불위를 상국으로 삼고 중부라고 부르며 존중했지만, 태후와 사사로이 정을 통한 노애의 반란사건이 여불위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자 여불위를 관직에서 내쫓았다. 여불위는 진시황이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 결국 독주를 마시고 죽는다. 여불위는 사람에게 투자해 진나라의 승상 자리까지 올라 돈과 권력을 모두 붙잡는데 성공했지만, 최고의 정점에서 지혜롭게 처신을 못함으로써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여불위의 삶은 정치인과 기업인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 끝은 대부분 좋지 못하다는 것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친 관계가 좋게 끝날 리가 있을까. 맹자라는 책의 첫부분인 양혜왕편엔 양혜왕과 맹자의 문답이 실려 있다. 양혜왕이 "내 나라를 이롭게 해주시겠습니까?" 라고 묻자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 이(利)를 말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상하가 서로 이익만을 취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거라고 덧붙인다. 모기업에게 검은 돈을 받은 정치인이 높은 자리에 오르면 그 기업에게 막대한 이권과 특혜를 줄 것은 당연한 일이요, 그만큼 낭비되는 건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앞으로도 계속 될 정치인과 기업인의 공생관계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 시키고, 차단할 수 있을까. 아무리 열린 행정을 펼치고, 감시 기구를 설치한다 해도 권력은 결코 스스로를 감시할 수 없으니 결국 그 역할을 해야 할 곳은 언론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언론은 광고 수익 때문에 대기업의 수족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대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뉴스를 실으면 바로 대기업의 광고가 끊겨 버리니 누가 마음껏 올바른 뉴스를 실을 수 있겠는가. 대기업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는 언론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그래서 중요하다. 정치가 깨끗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인 곳은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막연히 경제만 잘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치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제 역할을 하지 않는 한 경제는 모래 위에 쌓은 성일 뿐이다. 언제나 위태롭다. 스스로 설 수 있는 언론을 만들어서 대기업과 권력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건 결국 국민이지만,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우리 국민에게 그런 노력을 할 여유가 있을까. 이명박 정권 말기, 그래서 더욱 어둡다.
"저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큰 일을 하지 못하는 군주는 섬기지 않습니다."
"저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큰 일을 하지 못하는 군주는 섬기지 않습니다."
역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새롭게 쓰여진다. 동아시아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삼국지도 유비, 관우, 장비가 만나는 도원결의로 시작한다. 이성계는 정도전이라는 뛰어난 정치가를 만남으로써 조선의 초대 임금이 될 수 있었고, 수양대군은 한명회라는 모사꾼을 만남으로써 태종과 세종이 이룩한 문화강국 조선을 망쳐 버리는 역사를 쓰고 말았다. 한나라의 유방도 소하와 장량, 한신 등을 만남으로써 황제의 자리에 올랐고, 유비 또한 제갈공명이라는 최고의 재상을 만났기에 땅 한 평 없었던 백수에서 촉나라의 황제로 이름을 남겼다.인간은 저마다 타고난 성격과 능력이 다르다. 다른 이들을 이끌어야 살맛이 나는 리더스타일이 있고, 리더를 돕고 보좌할 줄 아는 참모스타일이 있다. 물론 많은 이들이 한 조직의 리더이면서 또한 참모다. 팀장이 여러 명의 팀원을 책임지는 리더이지만, 부장이나 사장을 모셔야 하는 참모이기도 하는 것처럼. 리더가 능력있는 인재를 찾아서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참모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줄 수 있는 리더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우의 참모였던 범증은 자신의 계책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항우 때문에 결국 역사의 실패자로 남았고, 한신의 참모였던 괴통 또한 한신이 자신의 계책을 받아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했다. 어떤 리더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할지, 아니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후회와 미련만을 남길지가 달렸다. 그래서 난세가 오면 야망을 품은 이들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리더를 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소진이라는 사나이도 그랬다. 소진은 귀곡 선생에게 가르침을 배운 후 여러 해 동안 유세하러 다녔지만 많은 어려움만 겪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비웃음을 당했다. 그러나 일 년쯤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고는 유세할 상대방의 심리를 알아내어 설득하는 방법을 터득한 후 연나라, 조나라, 한나라, 위나라, 제나라, 초나라의 군주를 설득해 여섯나라가 합종해 진나라에 대항하도록 하고 마침내 자신은 여섯 나라의 재상을 겸했다. "저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큰 일을 하지 못하는 군주는 섬기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소진이 연나라왕을 만났을 때 했던 말이다. 자신의 목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군주를 선택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는가.리더를 선택함에 있어서 최고의 결정을 한 참모를 꼽으라면 단연 제갈공명이 떠오른다. 역사엔 삼고초려로 리더의 입장에서 뛰어난 인물을 모시기 위한 유비의 노력으로 그려졌지만, 제나라의 뛰어난 재상인 관중과 연나라의 상장군으로 제나라의 칠십여 성을 함락시킨 악의와 자신을 비교했던 제갈공명으로선 세상에 이름을 떨치기 위해 함께 일 할 군주를 선택해야 했기에 누구 밑에서 일 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모시기 위해 노력했고, 참모진이 부족했던 유비를 선택함으로써 동아시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에 한 명으로 남을 수 있었다. 제갈공명이 이미 참모진이 풍부하게 갖춰진 조조나 손권 밑으로 들어갔다면 과연 지금처럼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있었을까? 지금으로 보면 중소기업 사장 수준도 안되는 백수 유비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었기에 제갈공명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다.제갈공명의 선택은 대기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을 멀리 하고 있는 현 세대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준다. 용의 꼬리가 될지언정 뱀의 머리는 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용의 꼬리는 주로 시키는 일만 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조차 잡기 어렵고, 능력있는 많은 경쟁자들과의 싸움만으로도 버거워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여유도 없다. 그에 비해 뱀의 머리는 새로운 도전에 맡서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어 내야 할 기회가 많고, 도전을 겪을 때마다 자신의 능력을 키워감으로써 그만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가능성 또한 높다. 시키는 일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무언가 위대한 것을 새롭게 창조해 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던가? 지금의 대기업들도 처음엔 대부분 몇 명으로 시작한 소규모 기업이었다. 이미 시스템이 갖춰진 거대 조직에선 그저 하나의 부속품으로 주어진 임무만 해내기도 바쁘다. 능력이란, 새로운 도전을 겪고 그 도전을 이겨낼 때 더 발전할 수 있는 법이다.처음부터 리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 우린 대부분 누군가의 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부하를 아껴줄 줄 알고, 부하의 능력을 키워줄 줄 알고, 부하와 함께 진심으로 앞으로 나갈 줄 아는 리더를 만나면 일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즐겁게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지만,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자신에게 아부하는 부하만 가까이 하고, 자신의 능력을 넘어설까봐 부하를 키우지 않는 리더를 만나면 그저 스트레스만 많이 받을뿐 훌륭한 성과도 못내고 발전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고로 한 조직에 몸 담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를 직접 움직이는 리더가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리더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훌륭한 리더라는 판단이 서면 최선을 다해 일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빨리 조직을 뛰쳐 나오는 것이 상책이다. 괜히 스트레스 받아서 몸과 마음만 다치고,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참모에게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신이 만들어낸 계책을 리더가 흔쾌히 받아들여서 실행시켜 주는 것이다. 사나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고 했던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고, 계책을 물어봐주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리더를 만나면 얼마나 일하는 게 행복한가. 세종대왕 밑에서 일했던 이들이 부러운 이유다. 이순신장군 밑에서 싸웠던 이들이 부러운 이유다. 그런 리더를 만나기 위해 우린 과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훌륭한 리더를 만나기 위한 노력 또한 중요하다. 우린 한 조직의 리더이면서 또한 한 조직의 참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분배할 인물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분배할 인물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1997년 IMF 이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를 덮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문제가 '부의 불균형' 이다. 부자는 갈수록 더 부자가 되는데,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해져만 간다. 그런데 이 '부의 불균형'문제는 요즘 시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700여 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던 관포지교로 유명한 제나라의 재상 관중의 사상이 담겨져 있는 책인 '관자' 목민편에 바로 이 말이 들어 있다.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분배할 인물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관중은 40년 정도 제나라의 재상으로 있으면서 농업을 진흥하고, 상공업을 활성화하여 백성을 부유하게 함으로써 제나라가 천하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인류가 사냥으로 먹고 살던 때엔 '부의 불균형' 문제는 없었다. 원시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에스키모인을 보면 함께 사냥을 하고 마을로 돌아오면 각 가족의 수대로 동등하게 사냥물을 나눈다. 아마존이나 아프리카의 원시족을 봐도 '부의 불균형' 문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문명화 된 인류에겐 '부의 불균형'이 생기고 말았다. 조선시대 마을을 보면 한 두 집안의 양반가문이 마을의 논을 대부분 소유하고, 농민은 그 집안의 소작인으로 일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농민은 하루종일 일해도 배불리 먹지 못했지만, 지주는 정자에서 술 마시며 놀기 바빴다. 지금은 또 어떤가? 우리나라 100대 집부자가 소유한 주택이 1만 5천 채가 넘는데 국민의 40% 정도는 아직도 셋방살이를 한다. 수입차는 나날이 판매량이 증가하고, 연휴와 휴가철엔 해외 여행객이 폭증하는데, 노숙자와 청년백수는 늘어만 간다. 왜 갈수록 '부의 불균형' 문제가 커져만 갈까? 무엇이 문제 일까?'관자'는 말한다. 세상에 재물이 모자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재물을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그래서 소수의 부자가 다수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니 나머지 소수의 재물을 다수가 나눠 써야 하는 힘든 세상이 오는 것이다. 세상의 재물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바로 정치인이다.정치란 국민이 낸 세금이나 국가의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운하를 파서 건설회사 돈 벌어주는데 세금을 쓸 것인가, 아이들 급식비를 무료로 주고, 대학교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는 데 쓸 것인가를 고민하고 판단해서 추진하는 것이다.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인은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걸 조장하고 방치했다. 중소기업과 농어촌은 멀리하고, 대기업과 강남을 가까이 했다. 왜 그랬겠는가? 본인들 또한 부동산 투기를 하는 부자고, 대기업과 친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세금과 국가의 자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한을 주었으니 그들이 서민을 위해 재물을 썼겠는가? 당연히 자기들 돈주머니 채우기 바빴을 뿐...소수의 가진자와 친한 이들이 정치를 하는 한 '부의 불균형' 문제는 커져만 갈 것이다. 진정 다수의 국민에게 천하의 재물을 골고루 나눠줄 수 있는 정치가를 우린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은 힘들겠지만,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세상. 하루 세 끼 걱정없이 따뜻한 집에서 살며 아플 땐 돈 걱정없이 병원과 약국을 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만이라도 얼른 왔으면 좋겠다.
"지금 결국 이 곳에서 곤경에 처했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 하지 못한 탓이 아니다."
"지금 결국 이 곳에서 곤경에 처했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 하지 못한 탓이 아니다."
동양 역사 속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온라인게임이 나와서 한 명의 전사 캐릭터를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제갈공명이나 주유처럼 전략이나 전술을 짜는 캐릭터가 아니라 오직 전투만 하는 캐릭터라면? 삼국지에서라면 여포나 장비, 관우, 하후돈, 마초, 조운, 장료 등이 있을텐데, 필자는 주저없이 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하다고 자부한 초한지의 주인공 항우를 선택할 것이다.동양 역사에서 힘과 기개, 배짱, 젊음, 포부, 용맹, 야망, 자신만만 등의 이미지를 너무나 잘 가지고 있는 인물 항우. 스물 네 살에 역사에 등장해 서른 한 살에 사라진 진정 짧고 굵은 삶을 살았던 사나이 중에 사나이. 그의 일생은 어느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하다. 회계산에 행차하는 진시황의 모습을 보고 '내가 저 녀석을 대신해 줄 테다.'라고 말한 야망의 사나이. 거록의 전투에선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도 가라앉힌 후, 군사들에게 3일 치 식량만 제공해 결사적으로 진나라군과 아홉번을 싸워 진나라 주력군을 궤멸 시킨 뛰어난 승부사.항우는 '진승과 오광의 난'이 일어난 후 진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숙부인 항량을 따라 거병했다. 항량이 전사한 후 초군을 이어받아 승승장구해 천하의 패자가 되지만, 이후 유방의 도전을 받다가 결국 해하의 전투에서 패해 자결하고 만다. "지금 결국 이 곳에서 곤경에 처했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 하지 못한 탓이 아니다."라는 말은 항우가 해하의 전투에서 패하고 포위망을 탈출하다가 마지막이 다가옴을 느끼고 했던 말이다. 항우의 초나라군은 8년이라는 시간동안 70여 차례의 전투에서 눈부신 승리를 거두었지만, 결국 마지막 한 번의 전투에서 패함으로써 모든 걸 잃었다.항우의 말처럼 항우는 결코 전투를 못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은 수십 번의 크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한다 해도 결국 끝내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항우는 각 전투에서의 승리에만 급급했지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 전략적인 큰 그림은 그리지 못함으로써 다 얻은 천하를 싸움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유방에게 넘겨주고 말았다.항우는 그저 한 군단의 장군으로 족한 인물이지 한 나라의 리더로서는 부족한 게 너무나 많았다. 한신이 유방과의 대화에서 말했던 항우의 단점으로는 어진 장수를 믿고 일을 맡기지 못한다는 것, 공을 세운 이에게 벼슬을 줄 때 아까워 한다는 것, 자기가 친애하는 정도에 따라 제후들을 왕으로 삼은 것, 항우의 군대가 지나간 곳이면 학살과 파괴가 심했다는 것 등이 있다. 특히, 유방과 항우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비교되는 것이 부하를 믿고 쓰는 것이다. 항우는 하나 뿐이었던 참모 범증의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아서 범증은 항우를 떠났지만, 유방은 한신과 장량, 소하 등을 믿고 씀으로써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항우는 모든 걸 잃고 죽음이 가까이 오자 자신의 실패를 하늘탓으로 돌렸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포위망을 탈출했으면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였는데, 내가 왜 건너겠는가?"라고 말하며 또다시 하늘 탓을 하며 다시 일어설 기회를 버리고 한나라군과 싸우다 자결하고만다. 제나라의 왕으로 천하를 유방, 항우와 함께 삼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한신도 여후에게 죽임을 당할 때, "아녀자에게 속은 것이 어찌 운명이 아니랴!"라고 말하며 자신의 실패를 운명탓으로 돌렸다. 초한지 세 명의 주인공 중 결국 비극으로 끝난 두 명의 주인공이 자신들의 실패를 하늘과 운명탓으로 돌린 것이다.하늘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준다. 항우는 항복한 진나라군을 잘 대해줌으로써 진나라 백성들에게 호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진나라 군사 이십 여만명을 모두 살해해 진나라 백성들의 원한을 샀고, 관중에 도읍을 했으면 얻을 수 있었던 지리적 이점을 버리고 팽성을 도읍으로 삼았다. 홍문의 회에선 유방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머뭇거리다가 놓쳐 버렸고, 유방보다 먼저 한신을 얻었지만, 한신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유방에게 빼앗겼다. 진정 하늘이 항우를 망하게 한 것일까? 하늘은 항우에게 줄만큼 좋은 기회를 주었다. 한신도 마찬가지다. 괴통이 천하를 삼분하자는 좋은 계책을 냈지만, 유방이 자신을 써주었다는 의리를 내세우며 거절했다가 천하가 안정된 후에 반란을 도모하다 죽임을 당했다. 괴통이 한신을 설득할 때 이런 말을 했다.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벌을 받고, 때가 이르렀는데도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도리어 재앙을 입는다."라고.아무리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해도 희망을 갖고 찾고 구하면 하늘은 우리에게 몇 번의 기회를 반드시 준다. 그 기회가 오면 현재의 삶을 바꾸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잡아보자. 모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망설이며 현재에 안주하다 보면 결국 항우와 한신처럼 될 뿐이다. 기회는 단지 몇 번 뿐이다. 오면 잡아야 한다. 두려움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