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하겠는가."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요소를 뽑는다면 하나가 진시황제의 군현제 실시요, 다른 하나가 유학이다. 각 지방에 관리를 파견해서 다스리는 군현제가 정치시스템이었다면, 유학은 정치시스템을 유지하는 이념이었다. 그 유학의 시조인 공자님의 말씀을 제자들이 적어 놓았다가 모아서 발행한 책이 바로 '논어(論語)'이다.조선시대 선비와 임금이라면 누구나 수십 번 이상은 읽었을 책 논어, 그 '논어'의 첫 구절이 바로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하겠는가."이다.왜 논어의 편집자들은 공자님의 많은 말씀 중에 하필이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하겠는가."라는 배움에 관한 말씀을 '논어'의 첫 구절로 삼았을까.사람은 스스로 배움으로써 자신의 노력으로 성인군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유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아버지가 부자고, 할아버지가 귀족이고, 외삼촌이 국무총리라서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서 학문을 충분히 닦은 자만이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세종대왕님의 한글창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세계 언어학자 대부분이 인류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칭찬하는 한글, 그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님은 어느 나라의 임금이었던가? 바로 '조선'이다. 성리학이라는 유학을 흠모하던 정도전 등의 성리학자들이 이성계를 통해 이룩한 나라다.역사상 조선의 임금처럼 공부를 많이 한 임금이 있었을까? 왜 조선의 임금은 그렇게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신하들과 토론을 해야 했을까? 임금은 한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 리더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많이 공부하고 배워야한다고 조선을 만들고 이끌어간 성리학자들이 생각했기 때문이다.조선은 결코 임금의 나라가 아니다. 성리학자의 나라다. 세종대왕이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한 한글이라는 문자를 만들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런 조선이라는 나라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왕이 정원을 만들어 놓고 여인네들과 파티를 즐길 때, 영국 왕이 귀족들과 여우 사냥을 다닐 때, 조선의 임금은 답답한 궁궐 안에서 한자로 만들어진 논어를 읽으며 신하들과 토론할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2,500년 전 공자님은 제자들을 훌륭한 리더로 키우기 위해 시(그 당시 시는 민요처럼 노래와 함께 불렀다)와 역사, 산수(수리), 활쏘기, 마차몰이, 예법 등을 가르쳤는데,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을까?감성을 키워주고, 창작을 해 볼 수 있는 시와 음악, 과거에 인류가 이룩해 놓은 자산들을 배우는 역사,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의 기본인 산수(수리),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예절 등은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드시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과목이다.전쟁 때문에 배워야 했던 활쏘기나 마차몰이 대신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 태권도나 검도 등의 무예와 축구나 농구, 배구 같은 스포츠를 배우면 기본적인 교육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거기에 각 개인의 능력에 따라 배우고 싶은 걸 더 배우고, 직업과 관련된 지식을 충분히 배운다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은 어떠한가? 왜 학생이 자살을 하고, 선생님과 학생이 싸워야 하는가? 배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가슴 뛰는 일인데... 우리나라 교육은 한 사람의 훌륭한 리더와 시민으로 학생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험점수를 잘 받는 공부와 취업 잘 하기 위한 공부, 즉,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나만 잘 되면 되는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 대표적인 과목이 영어다.영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우리말이 있다면 미국이나 영국엔 영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우리말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 사람 중에 영어 못하는 사람 또한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말 잘 하고 영어 잘 하는 게 무엇을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 말은 그저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우리나라 사람 중에 먹고 사는 문제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하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되나? 말 잘 한다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밀본이나 선비들이 한글의 창제에 두려움을 느끼는가? 그 당시 양인이나 천민도 우리말은 유창하게 할 줄 알았다. 다만 책이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식을 배울 수 없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발전 시켜 나갈 수 없었는데, 한글은 쉽게 지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농민이 책을 통해 농사를 더 잘 짓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상인이 책을 통해 중국 상인은 어떻게 장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기술자가 책을 통해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양반보다 농민이나 상인, 기술자가 더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래서 영어공부는 굳이 해야 한다면 독해공부가 중요하다. 영어권에서 더 발전되어 있는 학문을 공부하려면 영어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또한 이미 한글로 이루어진 지식을 다 공부한 후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한 학자나 일부 사람만이 필요할 뿐이다. 6.25가 끝나고 60여 년 동안 우린 이미 한글로 많은 지식을 만들어 놓았다.우리나라가 그동안 영어공부에 투자한 돈과 시간, 노력을 인문학이나 물리, 화학, 수학, 음악, 미술 등의 다른 학문 분야에 반의반만 쏟았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왜 노벨상 수상자가 없고, 왜 기초과학이 부실하고, 왜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창조적인 제품과 회사가 나타나지 못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감성이 메마른 이기적인 사회가 되었는가? 그건 바로 우리 사회가 배움을 현명하게 하지 못하고,어리석은 걸 배워 왔고 또 배워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배우고 가르칠 것인가를 다시 결정하는 것부터 우리나라 교육은 시작해야 할 것이다.지금 나는 무엇을 배우며 기뻐하고 있는가? 그것이 앞으로의 5년, 10년 후 나의 인생을 바꾸어 줄 것이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있다면 어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