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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흉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람에게 달린 것입니다."
"길흉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람에게 달린 것입니다."
탐사로봇이 화성을 돌아다니고, 갈비뼈 하나로 어느 시대에 살던 공룡인지 알 수 있는 과학의 시대에 우린 아직도 얼마나 많은 미신을 믿고 있는 걸까. 궁합을 봤는데 좋지 않다고 시어머니 될 사람이 결혼을 반대하고, 황금돼지띠에 태어나면 운세가 좋다고 신생아가 늘고,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지으러 작명원에 가고,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러 간다. 이사할 때도 좋은 날에 하려니 사람이 몰려 이사비용이 비싸다.서양인들은 이름을 아빠나 엄마가 지어주어도 잘 살기만 하고, 이사도 아무 날이나 편한 날 한다. 궁합이 나쁘다고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도 없다. 그래도 서양인들은 동양을 지배했고, 자신들이 만들어 온 옷과 음악, 음식, 스포츠로 동양인을 사로 잡았다. 서양인은 외계인인가? 그래서 서양인에겐 통하지 않는 미신이 동양인에게만 통하는 건가?신라에서 비담과 염종 등이 반란을 일으켜 김유신군과 대치하고 있을 때, 김유신군이 주둔하고 있던 월성에 큰 별이 떨어졌다. 비담군은 별이 떨어진 자리엔 반드시 피 흘릴 일이 있다고 여겨 이것은 김유신군이 패할 징조라며 사기가 매우 올랐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매우 두려워 하니까 김유신은 덕은 언제나 요괴한 것을 이긴다며 "길흉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람에게 달린 것입니다." 라는 말로 왕을 안심 시킨다. 그 후 김유신은 불 붙인 허수아비를 연에 달아 하늘로 올린 후, 떨어졌던 별이 도로 하늘 위로 올랐다는 소문을 퍼뜨려 김유신군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비담군을 무찌른다. 김유신이 별이 떨어진 자리엔 피 흘릴 일이 생긴다는 미신을 믿는 장수라서 두려움에 월성을 버리고 후퇴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가뜩이나 두려움에 떨고 있던 군사들이 더욱 동요했을 것이다. 김유신은 미신에 겁을 먹기는 커녕 오히려 미신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아군의 떨어진 사기를 끌어 올릴 줄 알았던 현명한 장수였다.어릴 적 고향에선 상갓집에 다녀 온 사람이 집에 들어 오기 전에 액운을 쫓는다며 소금을 뿌리곤 했다. 필자는 그런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인을 떠나 보내는 자리에 갔던 아름다운 사람인데 왜 나쁜 일이 일어 나겠는가? 만약 귀신이 있다면 오히려 좋은 일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바쁜 일 제쳐두고 자신을 보내는 자리에 온 사람인데, 고마움을 표하는 게 당연한 거지 왜 나쁜 일을 일으키겠는가? 혹 나쁜 일이 일어 났다 해도 그건 그저 날짜가 우연히 겹친 것 뿐이다. 상갓집에 가지 않았어도 그 일은 일어났거나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집안에 결혼날짜를 잡은 사람이 있으면 상갓집에도 못간다.서양인들도 그럴까? 아들이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친구를 보내는 길에 가보지 않는 게 사람의 도리일까?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 중에 자신의 복을 하늘에 빌고 땅에 빌고 바다에 비는 존재는 오직 사람 밖에 없다. 호랑이가 사슴이 잘 잡히게 해달라고 산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나? 대추나무가 벼락 맞지 않게 해달라고 구름에 비나? 황제펭귄은 영하 50도의 혹한에서도 얼어죽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 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견뎌낼 뿐이다. 오직 사람만이 스스로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간에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라며 의지하고 빈다. 자신의 노력과 지혜는 부족한데, 꿈은 크니 혹시나 해서 점집에 가 부적을 산다. 손을 뻗어서 얻을 수 있는 장미꽃을 구하려고 부적을 사지는 않는다. 간절히 기도 하지도 않는다.어느 날 나무그루터기에 토끼 한 마리가 우연히 부딪혀 죽어 쉽게 토끼를 잡은 사내가 매일 나무그루터기 앞에서 간절히 기도한다고 토끼가 와서 또 죽겠는가? 나무그루터기에 부적을 붙여 놓는다고 지나가던 토끼가 와서 헤딩을 하겠는가? 올무도 만들고 함정도 만들고 덫도 설치하는 등 토끼를 잡는 노력을 했을 때 토끼를 다시 잡을 수 있는 거다. 우연은 그저 우연일 뿐이다. 그 우연을 슬기롭게 받아들여서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는 자는 행복한 삶을 살 것이요, 그 우연에 집착하고 의지해 노력을 게을리 하는 자는 남을 탓하는 삶을 살 것이다. 친구에게 기타를 선물 받았는데 방구석에 그냥 두면 귀찮은 짐일 뿐이요, 기타를 배우면 아름다운 음악 같은 삶의 시작이다.언제 어디서든지 우연은 우리에게 찾아든다. 그 우연을 복으로 만드느냐 화로 만드느냐는 오직 우리의 노력과 지혜에 달렸을 뿐이다. 돼지꿈에 달린 것도 아니요, 간절한 기도에 달린 것도 아니요, 백만 원 짜리 부적에 달린 것도 아니다. 그리고 닭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매처럼 하늘을 날 수는 없다. 우리 각자의 능력에 따라 이룰 수 있는 꿈도 있고, 이룰 수 없는 꿈도 있다. 꿈을 이루면 감사한 일이요, 꿈을 이루지 못하면 내 능력을 안 것으로 족하다.
"실천을 잘 하는 사람이 꼭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실천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실천을 잘 하는 사람이 꼭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실천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동양사회는 예로부터 말을 잘 하거나 많이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고, 항상 경계했다. 말을 잘 하면 남을 속이기 쉽고, 말을 많이 하면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어렸을 때부터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다', '남자가 뭐 이렇게 말이 많아.' 등의 말을 많이 들어봤을 거다. 논어(論語)에도 '군자는 말하는 데엔 어눌하나 행하는 데엔 민첩하다.', '인이라는 것은 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다.', '행하기가 어려운데 말을 하면서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면 실천하기 어렵다.' 등의 공자님 말씀이 자주 등장 한다."실천을 잘 하는 사람이 꼭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실천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사마천의 사기 중 '손자·오기열전'에 나오는 사마천의 말이다. 전쟁터에서 손빈의 전략은 뛰어났지만, 자신의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막지는 못했고, 오기는 왕에게 나라의 보배는 임금의 덕행에 있지 지형의 험준함에 있는 게 아니라고 충언은 했지만, 정작 오기 본인은 초나라에서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어서 목숨을 잃게 된 것을 사마천이 슬퍼하며 언급한 말이다.말하는 건 쉽다.별 힘도 들지 않는다. 다섯 살 먹은 아이도 왠만한 말은 다 할 줄 안다. 그런데 한 번 내뱉은 말은 결코 주어 담을 수 없다. 그리고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갈 수도 있다. IT기기가 발단한 이 시대엔 금방 글자로 바뀌어 전 세계로 돌아 다닐 수도 있고, 온라인 세상에서 두고두고 살아 움직일 수도 있다. 사랑을 담은 한 마디의 말은 어떤 이에게 삶의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악플 하나로 어떤 이는 평생동안 잊지 못할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그렇게도 '말'이라는 것을 경계하고,조심스러워 했던 것일텐데, 우리 사회는 이미 '말'을 숭배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말 잘 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말 잘 하는 이를 좋아하고, 말 잘 하는 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커져만 간다. 말을 잘 못 하는 사람은 리더가 되기도 어렵다. 말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강사가 말을 잘 하는 건 능력이다. 그런데 한 조직의 리더가 말 잘하는 게 과연 그렇게도 중요한 능력일까? 부하들을 데리고 전쟁터에서 싸워야 할 소대장에게 말 잘 하는 능력이 그렇게도 중요할까? 부하들의 의견을 듣고, 부하들의 능력에 맞게 임무를 맡기고, 부하들이 스스로 힘 내서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능력보다 말 잘 하는 능력이 소대장을 뽑을 때 더 중요할까?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후보'는 TV토론을 최대한 많이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에 비해 '박원순후보'는 토론을 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나경원후보는 말 잘 하는 거에 자신이 있었고, 자신의 외모 또한 시청자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원순후보는 말에 서툴렀고, 외모도 그리 장점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TV토론을 계속 하자는 나경원후보의 요청을 거절하곤 했다. TV토론에선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면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는 게 중요하다. 답변을 하려고 시간을 끌거나, 실수라도 하는 날엔 시청자에게 점수를 깎이고 만다. 깊이 생각하고 천천히 대답하려는 후보자에게 TV토론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런데 말 잘 하는 것이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인가? 말을 잘 못 하면 서울시장을 제대로 할 수 없을까? 말 잘 하면 과연 공약도 잘 지킬까? 말 잘 하는 리더를 부하들이 좋아할까? 말만 잘 하고, 지키는 게 없으면 오히려 부하들 사기가 꺾이는 게 아닐까?지난 4년동안 우린 말 잘 하시는 분을 대통령으로 모셔왔다. 그분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엄청난 공약을 제시하셨다. 대통령이 되신 후에도 온갖 미사여구로 국민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셨다. 그런데? 그래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졌나? 그 많은 공약 중에 제대로 이루어진게 뭐가 있나? 5,000년 동안 우리와 함께 해 온 소중한 4대강을 파괴 시킨 것 말고 무얼 했나? 그래도 국민들은 계속해서 말 잘 하고, 말 많이 하는 이를 리더로 뽑을까? 아니면 어렵게 한 마디를 말하고, 그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를 선택할까?선거의 해 2012년이 드디어 밝았다. 4월 11일엔 국회의원선거, 12월 19일엔 대통령선거가 기다린다. '이 놈을 뽑든 저 놈을 뽑든 다 똑같다.'라고 말하며 또 투표장에 안가실건가? 어떤 놈이 더 나은 놈일지 조금이라도 비교해 보고 찾아보는 노력을 해 본 적이 있으신가? 언제나 진리는 단순하다. 그동안 약자의 편에 서서 살아왔고, 깨끗하게 살아온 놈이 윗자리에 앉아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법이다. 말만 잘 하고, 실천할 줄 모르는 놈은 윗자리에 앉아도 말만 할 뿐이다. 일을 어떻게 이룰까는 생각도 하지 않고, 부하들에게 무조건 '하면 된다.'고 명령만 내릴 뿐이다. 말하는 만큼 실천해 온 자만이 윗자리에 올라서도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일단 말 잘 하고, 말 많이 하는 놈은 경계해 봐야 한다. 말 한 마디라도 어렵게 꺼내고, 말을 어눌하게 하는 사람이 괜찮은 놈일 가능성이 높다. 사기꾼 중에 말을 어눌하게 하는 이를 본 적이 있는가? 한 표라고 막 던지지 말자. 세 표 차이로 떨어지는 후보자도 있더라. 제발 말 한 마디를 무겁게 꺼낼 줄 아는 놈을 윗자리에 앉혀 보자. 제발 말하기 전에 실천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놈을 대표자로 뽑아보자. 제발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만나보자.
"우리 집 물은 아직 옛맛이로구나."
"우리 집 물은 아직 옛맛이로구나."
리더십에 관한 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유명한 인물이라면 대부분 리더십에 관한 책이 있을 정도다. 카리스마형 리더십, 소통형 리더십, 민주형 리더십, 화합형 리더십, 성취지향형 리더십, 참여형 리더십 등등...그 많은 리더십 중에 내가 가장 배우고 싶고, 실천하고 싶은 리더십이 바로 '솔선수범'이다. 동양역사엔 특히 솔선수범형 리더들이 많이 등장한다.어느 날 김유신은 백제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경주로 돌아와 왕에게 보고한 후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다시 백제 군사가 침략한다는 급보를 받는다. 이에 김유신은 집에 가지 않고 바로 군사를 훈련하고 병기를 수선해 전쟁터로 떠난다. 김유신은 집 근처 거리를 지나면서도 문 앞에 나와있는 가족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가다가 집으로부터 50보쯤 떨어진 곳에서 말을 멈추고 집에서 숭늉을 가져오라 하여 들이키면서 "우리 집 물은 아직 옛맛이로구나."라고 한 마디 한다. 신라 최고의 장군이 50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도 않고, 숭늉 한 사발만 마신 후 바로 전쟁터로 떠난다? 그걸 본 군사들은 어떠했을까? 당연히 감격해 자신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거둘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랜 전투로 지쳐 집에 가고 싶어하는 군사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인도 가족을 만나지 않고 지나가 버리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김유신은 우리 역사상 최고의 명장 중에 한 명으로 남았을 것이다.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유명한 장군 사마양저도 장군에게 주어지는 재물과 양식을 모두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병사들 중에서도 몸이 가장 약한 병사와 똑같이 먹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전쟁터에서 승승장구했다.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장군 오기도 행군할 때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았고, 자기가 먹을 식량은 직접 가지고 다녔을 뿐만아니라 종기 난 병사를 위해 고름을 직접 빨아 주기까지 했다. 이런 장군을 모신 군사들은 얼마나 열심히 싸웠겠는가? 지금도 작대기 두 개 단 일병과 별 두 개 단 장군은 하늘과 땅 차이인데, 하물며 그 옛날엔 오죽했을까?요즘 공직자들 중에 과연 이런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지도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나쁜 짓만 하지 않아도 다행인 세상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윗사람이 사기 치고 거짓말 하고 부동산투기를 하는데, 어찌 아랫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부모, 삼촌, 이모, 고모, 옆집 아저씨, 옆집 아줌마, 학교 선생님이 서로를 험담하고, 자기의 이익만 챙기고, 돈만 아는데, 어찌 아이들이 그런 걸 배우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들의 잘못은 무조건 부모의 잘못이요, 사회의 잘못이다. '솔선수범'을 보이지 못한 우리의 책임이다. 나부터 휴지 하나 덜 버리고, 나부터 욕 한 번 덜 하고, 나부터 옆에 있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나부터 한 번 더 웃을 때, 비로소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군자란, 재주를 가지고 착한 일을 하고, 소인은 재주를 가지고 악한 일을 합니다."
"군자란, 재주를 가지고 착한 일을 하고, 소인은 재주를 가지고 악한 일을 합니다."
사람은 각자 자신이 지닌 재주로 사회를 풍요롭게 해준다. 벼와 감자, 배추 등을 잘 키우는 농부의 재주는 우리의 세 끼를 책임지는 가장 소중한 것이다. 베토벤의 비창소나타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재주는 우리의 감성을 따뜻하게 해주고, 크림파스타를 만드는 요리사의 재주는 우리의 입맛을 행복하게 해준다.헤어디자이너의 재주는 또 어떤가? 시인은? 영화감독은? 의사는? 조종사는? 그런데 왜 TV만 틀면 뇌물 받은 정치인부터 세금 포탈한 대기업회장, 가짜 고추가루를 만들어 판 상인, 학생을 때린 선생님, 선생님을 때린 학부모 등 갈수록 사회가 어지럽고 각박해져 가는 소식만 들리는 것일까?"군자란, 재주를 가지고 착한 일을 하고, 소인은 재주를 가지고 악한 일을 합니다."는 중국의 송나라 때 사마광이 지은 자치통감(자치통감1, 옮긴이 권중달, 도서출판 삼화, p.52)에 있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대부 '지선자'가 능력만 뛰어나고 어질지 못한 '지요'를 후사로 삼았다가 지씨가 멸족을 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마광이 했던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1년에 300조라는 돈을 움직일 수 있는 자리다. 물론 국회의 심의를 받긴 하지만, 제대로 심의를 받는지도 의문이다. 1억원도 아니고 300조? 300조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도 가지 않지만, 아무튼 당신이 그동안 열심히 모은 300조라는 돈을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면 과연 어떤 사람에게 맡기겠는가? 부동산투기로 돈 벌어서 자기 혼자 배불리 먹어온 사람? 하청기업을 괴롭혀 자기들만 돈 잔치를 해 온 대기업 사장? 대기업에 뇌물 받고 움직여 온 판검사 출신? 친인척들이 사놓은 땅을 개발지구로 바꿔주는 정치인?언제나 진리는 간단하다. 나는 결단코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진 않겠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루 아침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난 4년동안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쳐온 부동산투기자가 그 자리에 앉았을 때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잘 봐왔다. 검술실력만을 보고 호위무사를 뽑으면 그 무사가 나를 죽일 수도 있다. 검술을 좋은 일에 써 온 무사를 뽑아야만 적어도 나를 지켜 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현재는 그 사람의 살아온 과거가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무사의 검술능력 만큼 덕성도 중요시 해야한다.삼국지에서 인재의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등용한 대표적인 사람이 조조다. 그 덕분에 천하통일의 기반을 닦기도 했지만, 조조가 세운 위나라는 조조 사후 어떻게 되었는가? 얼마 못가서 간단하게 사마씨한테 넘어가 버렸다. 천하를 통일한 위나라가 외적에 의해 멸망한 것이 아니라 신하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이다. 그에 비해 덕으로 인재를 이끈 유비가 세운 촉나라는 어떤가? 유비가 죽은 후에도 승상이었던 제갈공명은 약한 국력의 촉나라로 위나라와 계속해서 싸웠고, 제갈공명이 죽은 후에나 촉나라는 약한 국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위나라에 의해 멸망한다. 촉나라는 위나라보다 국력이 낮아서 멸망한 것이지 결코 신하들이 배신해서 멸망한 것이 아니다. 능력이라는 것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훌륭한 요리사가 쓰면 멋진 요리가 만들어지지만, 도둑이 쓰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지금 우리는 능력만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물론 그런 능력자가 사적인 공간에만 머물면 별 상관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능력만 갖추고 덕성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공적인 자리에 올라간다는 것이다.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자리에서 뛰어난 능력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사람을 물면 아픈 정도지만, 호랑이가 사람을 물면 죽는다. 능력이 뛰어난 자일수록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잘 챙긴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이다.자기 이익만 생각할 줄 아는 무사들이 우글거리는 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100년이 넘도록 사무라이들의 전쟁으로 얼룩진 일본의 전국시대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 피해는 임진왜란을 통해 옆 나라 조선에도 잊지못할 상처를 남겼고, 지금까지도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뛰어난 능력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쓰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 그런 사회에 과연 희망이 있는가? 그래도 약간의 희망이 있다면, 그 시작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 온 어질고 능력있는 인재를 윗자리로 올려 보내는 것이 아닐까?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그런데 과연 그런 인재가 있다해도 우리 국민에게 선택 받을 수 있을까...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이를 만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어쩌면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내가 다른 사람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것이 아닐까. 세상엔 아부를 하고 뇌물을 받쳐서라도 자신을 들어내 윗자리에 오르고 부자가 되려는 사람은 많아도 다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함을 걱정하는 이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라는 말은 사마천의 사기 중 '관·안열전'편에 나오는 관중의 말이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관중과 포숙은 젊은 시절부터 친한 사이였지만, 중국의 춘추시대 제나라의 왕위를 두고 둘은 서로 겨루게 된다. 관중이 쏜 화살이 포숙이 섬긴 소백의 허리띠를 맞추기도 하지만, 결국 소백이 왕위에 올라 환공이 되고, 관중이 모신 규는 죽고, 관중은 옥게 갇힌다. 그러나 포숙은 관중이 있어야만 천하를 제패할 수 있다며 환공에게 관중을 추천하고, 자신은 관중의 아랫자리에 앉는다. 제환공은 마침내 관중의 계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해 천하의 패자가 된다. 역사는 뛰어난 계책으로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관중을 위대한 재상으로 이야기 하지만, 관중의 능력을 알아보고, 관중을 자신의 주군에게 추천한 후 자신은 관중의 아랫자리에 앉은 포숙의 뛰어남은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포숙이 없었다면 관중은 감옥에서 목숨을 잃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임진왜란의 명장, 우리의 영웅 이순신장군은 어떤가? 우리나라 사람 중에 이순신장군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말단 관직에 있었던 이순신장군의 능력을 알아보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 파격적으로 전라좌수사의 자리에 앉힌 류성룡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이야기 하는가? 류성룡이라는 뛰어난 재상이 없었다면 이순신장군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요, 임진왜란은 조선을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더 황폐화 시켰을 것이다.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감독은 또 어떤가? 그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최진철, 이을용, 김남일, 박지성 등을 주전으로 발탁해 적재적소에 기용함으로써 아직까지도 우리 가슴을 설레이게 만드는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뤄냈다. 각 선수의 능력을 알아볼 줄 알았기에 히딩크감독은 세계적인 감독인 것이다. 히딩크감독처럼 학연, 지연, 인맥, 명성 등에 구애됨이 없이 오직 능력만으로 팀을 만들 수 있는 감독이 있고, 이를 지지해주는 대한축구협회가 있다면 어찌 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진출을 걱정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을까. 축구팬으로서 다가오는 쿠웨이트전이 몹시도 떨린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단 한번도 월드컵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빠져 본 적이 없었는데...논어 '학이'편에는 공자님의 이런 말씀이 담겨있다. "不患人知不己知, 患不知人也(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하겠는가."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하겠는가."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요소를 뽑는다면 하나가 진시황제의 군현제 실시요, 다른 하나가 유학이다. 각 지방에 관리를 파견해서 다스리는 군현제가 정치시스템이었다면, 유학은 정치시스템을 유지하는 이념이었다. 그 유학의 시조인 공자님의 말씀을 제자들이 적어 놓았다가 모아서 발행한 책이 바로 '논어(論語)'이다.조선시대 선비와 임금이라면 누구나 수십 번 이상은 읽었을 책 논어, 그 '논어'의 첫 구절이 바로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하겠는가."이다.왜 논어의 편집자들은 공자님의 많은 말씀 중에 하필이면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하겠는가."라는 배움에 관한 말씀을 '논어'의 첫 구절로 삼았을까.사람은 스스로 배움으로써 자신의 노력으로 성인군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유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아버지가 부자고, 할아버지가 귀족이고, 외삼촌이 국무총리라서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서 학문을 충분히 닦은 자만이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세종대왕님의 한글창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세계 언어학자 대부분이 인류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칭찬하는 한글, 그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님은 어느 나라의 임금이었던가? 바로 '조선'이다. 성리학이라는 유학을 흠모하던 정도전 등의 성리학자들이 이성계를 통해 이룩한 나라다.역사상 조선의 임금처럼 공부를 많이 한 임금이 있었을까? 왜 조선의 임금은 그렇게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신하들과 토론을 해야 했을까? 임금은 한 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 리더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많이 공부하고 배워야한다고 조선을 만들고 이끌어간 성리학자들이 생각했기 때문이다.조선은 결코 임금의 나라가 아니다. 성리학자의 나라다. 세종대왕이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한 한글이라는 문자를 만들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런 조선이라는 나라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왕이 정원을 만들어 놓고 여인네들과 파티를 즐길 때, 영국 왕이 귀족들과 여우 사냥을 다닐 때, 조선의 임금은 답답한 궁궐 안에서 한자로 만들어진 논어를 읽으며 신하들과 토론할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2,500년 전 공자님은 제자들을 훌륭한 리더로 키우기 위해 시(그 당시 시는 민요처럼 노래와 함께 불렀다)와 역사, 산수(수리), 활쏘기, 마차몰이, 예법 등을 가르쳤는데,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을까?감성을 키워주고, 창작을 해 볼 수 있는 시와 음악, 과거에 인류가 이룩해 놓은 자산들을 배우는 역사,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의 기본인 산수(수리),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예절 등은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드시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과목이다.전쟁 때문에 배워야 했던 활쏘기나 마차몰이 대신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 태권도나 검도 등의 무예와 축구나 농구, 배구 같은 스포츠를 배우면 기본적인 교육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거기에 각 개인의 능력에 따라 배우고 싶은 걸 더 배우고, 직업과 관련된 지식을 충분히 배운다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은 어떠한가? 왜 학생이 자살을 하고, 선생님과 학생이 싸워야 하는가? 배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가슴 뛰는 일인데... 우리나라 교육은 한 사람의 훌륭한 리더와 시민으로 학생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험점수를 잘 받는 공부와 취업 잘 하기 위한 공부, 즉,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나만 잘 되면 되는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 대표적인 과목이 영어다.영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우리말이 있다면 미국이나 영국엔 영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우리말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 사람 중에 영어 못하는 사람 또한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말 잘 하고 영어 잘 하는 게 무엇을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 말은 그저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우리나라 사람 중에 먹고 사는 문제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하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되나? 말 잘 한다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밀본이나 선비들이 한글의 창제에 두려움을 느끼는가? 그 당시 양인이나 천민도 우리말은 유창하게 할 줄 알았다. 다만 책이 어려운 한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식을 배울 수 없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발전 시켜 나갈 수 없었는데, 한글은 쉽게 지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농민이 책을 통해 농사를 더 잘 짓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상인이 책을 통해 중국 상인은 어떻게 장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기술자가 책을 통해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양반보다 농민이나 상인, 기술자가 더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래서 영어공부는 굳이 해야 한다면 독해공부가 중요하다. 영어권에서 더 발전되어 있는 학문을 공부하려면 영어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또한 이미 한글로 이루어진 지식을 다 공부한 후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한 학자나 일부 사람만이 필요할 뿐이다. 6.25가 끝나고 60여 년 동안 우린 이미 한글로 많은 지식을 만들어 놓았다.우리나라가 그동안 영어공부에 투자한 돈과 시간, 노력을 인문학이나 물리, 화학, 수학, 음악, 미술 등의 다른 학문 분야에 반의반만 쏟았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왜 노벨상 수상자가 없고, 왜 기초과학이 부실하고, 왜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창조적인 제품과 회사가 나타나지 못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감성이 메마른 이기적인 사회가 되었는가? 그건 바로 우리 사회가 배움을 현명하게 하지 못하고,어리석은 걸 배워 왔고 또 배워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배우고 가르칠 것인가를 다시 결정하는 것부터 우리나라 교육은 시작해야 할 것이다.지금 나는 무엇을 배우며 기뻐하고 있는가? 그것이 앞으로의 5년, 10년 후 나의 인생을 바꾸어 줄 것이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있다면 어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