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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5일부터 지회숙 개인전 <차꽃의 향기 展>이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제 3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정천(井泉) 지회숙(池會淑)의 예술세계는 콜링우드가 강조한 것처럼 표현적이면서도 내면의 울림을 담고 있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서예를 하면서 조형이 지니는 본질적인 면들을 감각적으로 습득하였다. 이후 예술의 다양한 표현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한국적이면서도 휴머니즘적인 예술에 애정을 지녀왔다. 특히 작가는 다(茶)와 다향(茶香)에 관한 창작에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이는 작품의 중심 모티브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 다(茶)를 중심으로 한 다화(茶畵)는 고요함과 정(淨)함과 안정감을 가져올 수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는 마치 수행하듯 이런 과정을 통해 감정을 나누고 심제좌망(心齊坐望) 속에서 표현되는 미묘한 다향의 조형성을 맛보며 체득(體得)할 수 있었다. 이 체득은 몸소 차밭을 다니며 차향을 음미하고 차를 덖으며 얻은 것인데, 차, 감각, 몸 그리고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작가의 작품에는 다(茶)와 다향(茶香)을 중심으로 한 내외면의 세계와 무위자연적인 욕심 없는 예술가의 삶에서 비롯한 담아한 조형성이 내포되어 있다. 작가는 소박한 행복을 음미할 수 있는 다향(茶香)이 잔잔히 담긴 듯한 작품을 통하여 각박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내며 위안을 주고자 하는 듯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향의 감흥을 회화로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오랜 세월 동안 꿈꿔온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다(茶)와 다향(茶香)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이처럼 <다향심(茶香心)>의 정(靜)함은 시선을 둘수록 심연화(深淵化)해 간다. 이 심연(Abgrund)은 곧 차연(差延, Différance)이라 할 수 있다. 고요한 심연의 깊이를 다루는 작가의 조형성은 화면 안에서 시공간을 넓고 크게 하기도 하고 작고 부드럽게 하기도 한다. 그림 속에 작은 의자가 자리하기도 하고, 작은 풍경이 여백의 한쪽 가장자리에 담아하면서도 정적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 공간은 비례의 공간도 균형의 공간도 아니다. 그저 다향의 향기가 머무는 마음을 담은 공간이기에 지극히 비형식적이며 비균제적이다. 작가는 ‘존재’ 그리고 ‘관계’라는 현상을 표현함에 있어서 먹, 화선지, 아크릴 등을 사용하여 덧바르거나 긁는 작업으로 다향(茶香)을 감상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그러기에 작가의 차꽃의 향기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공간과 시간의 사이 속에서 펼쳐지는 현재 진행형의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은 작가의 작업 노트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차꽃이 주는 메시지는 맑고 세상의 모든 잡음을 흡수하는 고요함을 가지고 있다. 편안하고, 행복하고, 우리 삶에 희망과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흰빛을 띠는 다섯 장의 꽃잎은 인생의 다섯 가지 맛을 뜻하기도 한다. 삶은 늘 쓰지도 않고 달지도 않으며 인생이라는 것은 모든 것의 조화라는 가르침에 우리는 너무 얽매이지도 너무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통해 차꽃의 향기에 녹여진 내면에 깊은 마음을 담아 삶의 여유와 자연의 편안한 쉼과 예쁜 행복을 주고 싶은 바람이 있다.
메를로퐁티(M. Merleau-Ponty)는 “대상을 지각하면서 갖는 우리의 의식은 엄밀히 말해 대상을 아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아는 것이므로 사물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 자신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우리는 각자 작가의 작품을 대하는 시공간이 다르며 심경과 환경이 다를 수 있다. <다향심(茶香心)>이라는 일련의 작품들은 각각 하나의 개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는 이 작품들과 조우하면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으며 생명력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전통이 드러나면서도 현대적 조형성과 색채들이 조화를 이루는 특징을 지닌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다향을 향한 마음을 현시하기 위해 차꽃을 투영해 가면서 허정담아(虛靜淡雅)한 일상을 토대로 순간순간의 느낌(feel)을 중시하고, 스스로 이미지화되는 여러 현상들을 내면에 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마음의 정화에 힘쓰며, 새롭고도 자유로운 예술세계로 나아가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는 휴머니즘, 자율성, 자연성 등이 내재하며, 은유와 상징이 함축되어 있다. 이러한 은유와 상징은 사색과 작가 본연의 내면적 성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장준석 (미술평론가, 한국미술비평‧미학연구소 대표)
지회숙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 차꽃이 주는 메시지는 맑고 세상의 모든 잡음을 흡수하는 고요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삶의 평안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것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로서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 앞으로도 나는 그림 작업을 통해 차꽃의 향기에 녹여진 내면에 깊은 마음을 담아 삶의 여유와 자연의 편안한 쉼과 예쁜 행복을 주고 싶은 바람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9월 1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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