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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용일의 초대전이 오는 12월 6일(수)부터 12월 18일(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소재 ‘갤러리 H’에서 개최된다. 갤러리 4층 전관을 모두 사용하는 대규모 전시인 이번 개인전에 작가는 대형 걸개그림을 포함해 모두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보따리’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보따리는 장식성이 두드러지는 여타 보따리 작품들과 차별화된다. 그건 바로 세상에 기여하는, 삶을 보다 기름지게 하는 ‘이야기’(들)를 담는 거푸집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픈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 차가운 현실을 견디는데, 달콤한 미래를 상상하는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 보따리인 것이다.
박용일의 보따리는 보는 이들의 자유로운 해석에서 완성되는, 또한 해석을 촉발하는 상상에 담긴 ‘사연의 총체’에 가깝다. 무채색 검은 보따리든, 화려한 문양을 자랑하는 보따리든 그것들은 속을 드러내지 않기에 무한하며, 무한함은 오히려 인간의 삶에서 바라는 모든 사연들을 포용하기 때문이다.
그 포용 속에는 당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명사들도 들어서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명사란 인간 소외와 갈망, 결핍을 비롯한 생과 사, 이타심, 배려, 연민 등이다. 이방인처럼 부유하는 도시민의 ‘현실’을 담은 그릇이자, 시대적 사안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주고픈 위로, 편안함과 위태함을 걱정하는 안위,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아름다운 미래 등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박용일은 이번 전시에 제한된 환경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삶의 전망을 유지하는 실험적 작업들을 발표한다. 걸개형식의 설치와 평면에 문자를 자수로 새기는 방식으로 제작된 작업들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초기 태극기가 그려진 대형 천에 3·1운동 ‘기미독립선언서’를 한자 한자 손으로 옮긴 것이다.
또 다른 작품엔 전쟁을 반대하는 영문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쟁과 폭력, 독립된 주체로서의 위치를 탈각한 탈식민성 등을 다뤘다. 모두 글로벌 흐름 안에서 논의해야할 시안들이다.
이들 작업은 한 예술가인 작가 자신이 세상을 바꿀 만큼의 힘을 갖고 있진 않으나 세계인들에게 당면한 과제와 당사자들이 겪는 역경을 어떻게 하면 오늘의 화제로 승화시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그의 작품과 관련해 미술평론가 홍경한은 “박용일의 보따리는 동시대를 지탱하고 있는 타자의 경험을 풀고 묶어 다시 싸매어 배양하는 과정 아래에서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가 담아내지 못한 영역에서 보다 활발하게 운용되는 장소로 작동한다.”며 “그 보따리 안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고 평했다. 전시는 연중무휴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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