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화 초대전, <청연 (淸緣)>, 오는 12월 15일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 PAL서 개최

기사입력 2023.12.11 13:16 조회수 24,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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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작업실 앞에 펼쳐진 바다와 하늘, 들풀과 야생화 등 소박한 생명과 그것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캔버스에 담는 구상화가 이강화 교수의 45번째 개인전이 12월 15일(금)부터 압구정동 갤러리PaL에서 개최된다.  

 

생명의 경이로움을 오래된 고가구 서랍과 문짝, 버려진 삽과 같은 기억 속 사물에 담아 그 의미를 더하기도 하고, 다양한 재료로 밑칠 된 배경 위에 리듬감을 얹어 자연에 순응하는 작가만의 질서를 표현한 작품- 소품에서 500호에 이르는 30여 점이 전시 된다.


이강화는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다. 졸업 후 프랑스 파리 국립 8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돌아와 45회의 개인전 및 500여 회의 단체전과 프로젝트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세종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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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놀이, 388x130.3cm, mixed media, 2023

 

 

이강화 작가노트 

 

청연(淸緣) 

우리의 삶에서 점점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만 같은 자연을 탐미하고 캔버스에 그리는 작업을 한 지 꽤 오래 되었다.  소유할 수 없어 아름답기도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소박한 자연풍경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에 늘 내 작품의 소재로 삼게 된다.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혹은 바람에 흔들리는 찰나의 한 장면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 순간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이기에 자연과의 공감은 나에게 더없이 ‘즐거운 놀이’다. 

학창시절에도 교복을 입은 채 자전거를 타고 들판에 나가 책을 펼치면 공부가 더 잘 되곤 했다. 해질녘까지 그렇게 책과 해 그림자와 놀았지만 학교 도서관보다 집중이 잘 되었던 건 들판의 냄새와 빛깔과 자연의 소리가 내 온 감각과 공감의 시간을 허락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나는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강화도에서 바다와 갯벌의 간극을 멍하니 응시하다 노을을 캔버스에 옮겨 그리기도 하고, 맨발로 숲길을 걷다가 올려다 본 나무숲을 햇살이 긁어낸 것 같은 빛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여름이면 유난히 내 작업실 앞에만 엉겅퀴 꽃으로 가득하다. 반딧불이가 날아드는 여름날의 내 마당 풀숲에서도 동화 한 편이 써질 만큼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일어나곤 하는데,  그건 내 작업의 소재들이 나에게로 와 안기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 알 수 없는 의문부호가 내 작업의 진정한 존재를 만들기도 했고 내 작업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절멸위기에 선 지각변동이 자연을 휩쓸고 가는 영상을 대할 때마다 나무와 숲과 물에 의지해 사는 인류의 기억도 저렇게 훼손당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러울 때가 있다.  자연은 우리가 함께해야 할 분리되지 않는 영역임을 왜 잊고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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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 I, 162x130.3cm, mixed media, 2023

 


재료실습을 통해 여러 번 덧칠된 캔버스 천은 이미 작업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밑바탕이 되어 있다.  작업실 이곳저곳엔 그렇게 얼룩진 천들로 가득 쌓였지만, 그 안에 동반된 것들은 흩뿌려진 물감뿐 아니라 세월이기도 하고 그날그날의 온도이기도 하였음을 기억하기에 무엇을 그릴지 대상을 선정하는 데 그리 오래 망설이지 않는다.  물감의 레이어가 얼마만큼의 두께로 쌓였는지, 또는 여백의 공간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에 따라 작업의 주제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강아지풀의 기다란 선 하나를 그리기 위해 숨을 멈춘다.  바다에 비추인 흐린 날의 석양을 그리려면 배가 불룩할 때까지 숨을 한가득 먹기도 한다. 폭포에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그릴 때에는 숨을 한껏 내뱉으며 위에서 아래로 붓을 따라 속도를 내어 나도 따라 흘러야 한다.  

해녀들의 전통적인 호흡법인 ‘숨비소리’는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로 떠올라 참았던 숨을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며 호흡을 가다듬는다고 소리다.  2-3분이나 되는 그 긴 시간 동안 숨을 참으며 물질하다 바다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내는 소리에서 우리는 어떤 신비감마저 느끼게 되지만, 해녀들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숨비소리는 결국 살아 있다는 소리다.  바다에선 욕심내지 말고 숨만큼만 버티라고, 그리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땐 시작했던 물 위로 올라와 숨을 고르라고...... 참았던 숨을 터뜨리는 절박한 소리처럼 한 획을 긋는 나의 숨에도 생명을 담으려는 처절함이, 복식호흡으로 단련된 단단함이 녹아 있다.  멈추었다 내뱉는 숨의 속도에 리듬이 붙어야 작품도 경쾌해진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도 그 호흡을 알아차린다는 게 때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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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179x73cm, mixed media, 2023

 


나무나 철판에 붓질을 할 때는 캔버스보다 몇 배쯤 더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자칫 선이 빗나가기라도 하면 다시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늘 스케치 없이 작업하는 탓에 머릿속에 남겨 둔 이미지를 오차 없이 나무나 철판 위에 표현할 때는 숨과 공기의 적절한 배합이 필요하다.  따로 배운 것도 아닌데 스스로 복식호흡을 편하게 하던 습관이 그림을 그릴 때는 많은 도움이 되곤 한다.  휘파람을 잘 부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우연히 <호흡그리기>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빨간 점선을 따라 가며 숨을 들이쉬라고도 하고, 파란 점선을 따라 숨을 내쉬라고도 하며 그림을 따라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도록 그려진 책이었다.  마치 벌이 꽃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 같이 상상하며 호흡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이 훈련은 인체의 내적인 물리적 정신적 균형을 잡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치 그 이상을 성취해 가장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시각적인 즐거움이 분명 있었다.  마음챙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역설이 호흡법으로 가능함을, 호흡이 묘약임을, 호흡으로 인해 내적 감각 능력과 자기 인식 능력, 더 나아가 창조적 통찰력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는데 나도 이 역설에 적잖이 동의하는 편이다.  몇 년 동안 요가를 해본 경험으로도 체험했으니까 말이다.  호흡이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통로임을......

 

겨울의 차가운 바다색이 작품 <청연(淸緣)>의 밑바탕이 되었다.  내 작업실 가까이에서 피고 지는 강아지풀과 엉겅퀴들이 뒤섞여 나와 맺은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인연 덕에 마흔다섯 번째 개인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자연은 나의 질량에 맞는 인연이기도 했고 나를 감금시킬 만큼의 충분한 에너지이기도 했다.  

학창시절의 ‘즐거운 놀이’가 정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자연과 나의 청연(淸緣)’ 때문임이 분명하다.

 

-  2023년을 보내는 12월에, 강화도에서......

 

 

전시제목 : 청연 (淸緣)

전시일정 : 2023. 12. 15 - 2024. 1. 31

오픈초대 : 2023. 12. 15(금) 오후 5시

전시장소 : 갤러리 PaL (1F / B1)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164길 21 바른미술학원 1층 

              010 2217 3210

관람시간 : 11시-18시( 일/월 휴무- 예약전시관람 가능)

 

이강화 작품 보러가기 (클릭)

[강성남 기자 ggart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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