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분배할 인물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2.04.18 00:55 조회수 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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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이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우리나라를 덮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문제가 '부의 불균형' 이다. 부자는 갈수록 더 부자가 되는데,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해져만 간다. 그런데 이 '부의 불균형'문제는 요즘 시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700여 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던 관포지교로 유명한 제나라의 재상 관중의 사상이 담겨져 있는 책인 '관자' 목민편에 바로 이 말이 들어 있다.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분배할 인물이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관중은 40년 정도 제나라의 재상으로 있으면서 농업을 진흥하고, 상공업을 활성화하여 백성을 부유하게 함으로써 제나라가 천하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인류가 사냥으로 먹고 살던 때엔 '부의 불균형' 문제는 없었다. 원시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에스키모인을 보면 함께 사냥을 하고 마을로 돌아오면 각 가족의 수대로 동등하게 사냥물을 나눈다. 아마존이나 아프리카의 원시족을 봐도 '부의 불균형' 문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문명화 된 인류에겐 '부의 불균형'이 생기고 말았다. 조선시대 마을을 보면 한 두 집안의 양반가문이 마을의 논을 대부분 소유하고, 농민은 그 집안의 소작인으로 일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농민은 하루종일 일해도 배불리 먹지 못했지만, 지주는 정자에서 술 마시며 놀기 바빴다. 지금은 또 어떤가? 우리나라 100대 집부자가 소유한 주택이 1만 5천 채가 넘는데 국민의 40% 정도는 아직도 셋방살이를 한다. 수입차는 나날이 판매량이 증가하고, 연휴와 휴가철엔 해외 여행객이 폭증하는데, 노숙자와 청년백수는 늘어만 간다. 왜 갈수록 '부의 불균형' 문제가 커져만 갈까? 무엇이 문제 일까?

'관자'는 말한다. 세상에 재물이 모자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재물을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그래서 소수의 부자가 다수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니 나머지 소수의 재물을 다수가 나눠 써야 하는 힘든 세상이 오는 것이다. 세상의 재물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바로 정치인이다.

정치란 국민이 낸 세금이나 국가의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운하를 파서 건설회사 돈 벌어주는데 세금을 쓸 것인가, 아이들 급식비를 무료로 주고, 대학교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는 데 쓸 것인가를 고민하고 판단해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인은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걸 조장하고 방치했다. 중소기업과 농어촌은 멀리하고, 대기업과 강남을 가까이 했다. 왜 그랬겠는가? 본인들 또한 부동산 투기를 하는 부자고, 대기업과 친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세금과 국가의 자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한을 주었으니 그들이 서민을 위해 재물을 썼겠는가? 당연히 자기들 돈주머니 채우기 바빴을 뿐...소수의 가진자와 친한 이들이 정치를 하는 한 '부의 불균형' 문제는 커져만 갈 것이다. 진정 다수의 국민에게 천하의 재물을 골고루 나눠줄 수 있는 정치가를 우린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은 힘들겠지만,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세상. 하루 세 끼 걱정없이 따뜻한 집에서 살며 아플 땐 돈 걱정없이 병원과 약국을 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만이라도 얼른 왔으면 좋겠다.

[정기석 기자 ael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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