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은 모두 인걸인데, 나는 이들을 채용할 수가 있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게 된 까닭이오."

기사입력 2012.05.29 00:16 조회수 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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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나라가 치열하게 자웅을 겨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결국 시황제의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그러나 진제국은 불과 15년 만에 망했기에 진시황제를 춘추전국시대 최후의 승자라고 할 수는 없겠다. 그렇다면 춘추전국시대 최후의 승자는 누굴까. 진나라의 멸망 후 다시 어지러워진 천하를 통일해 전한과 후한을 합쳐 무려 400년이나 지속된 한(漢)나라를 건국한 유방이 아니겠는가.

"세 사람은 모두 인걸인데, 나는 이들을 채용할 수가 있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게 된 까닭이오."
라는 말은 유방이 황제에 즉위하고 낙양에 도읍한 후, 낙양의 남궁에서 신하들과 술 한 잔 하며 유방 자신이 천하를 갖게 된 까닭과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유방이 신하들에게 했던 말이다. 세 사람은 장량과 소하, 한신이다. 유방은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판 짓는 능력에선 자신이 장량만 못하고, 백성을 어루만지며 군량을 공급하는 일에선 자신이 소하만 못하고, 싸우면 꼭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빼앗는 것에선 자신이 한신만 못하지만, 자신이 이들을 채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고, 항우에겐 범증이 있었지만, 채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항우가 자신에게 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대통령 선거나 서울시장 선거 등을 할 땐 어김없이 방송토론이라는 것을 한다. 사회자는 각 후보자에게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각 후보자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하거나 다른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시청자는 당연히 각 분야에 대해 두루 지식이 많고,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는 후보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만약 유방이 대통령 후보자로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업도 돌보지 않고 놀기 바빠서 제대로 공부 한 번 해보지 않은 유방에게 경제와 문화, 외교, 국방 등에 관한 질문을 마구 던진다면 유방은 어떤 대답을 할까? '외교문제는 장량에게 물어보시오, 경제나 행정문제는 소하에게 물어보시오, 국방문제는 한신에게 물어보시오.' 라고 대답하는 건 아닐까. 아는 게 많은 사람이 훌륭한 리더인가? 아니다. 능력있는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앉혀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줄 아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이다. 지식과 리더십은 별 상관이 없다. 동양 역사에서 유방은 리더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다.

선거가 있을 때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면 대학교수의 이름이 오르내리곤 한다. 대학교수는 한 분야의 전문가로써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지식은 물론 많다. 그런데? 대학교수가 한 조직의 리더가 되어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 백 수 천 명의 조직원을 이끌고 훌륭한 정책을 만들어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을까? 자신보다 지식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린 학생들과 주로 생활하던 교수가 자신보다 실무능력이 훨씬 뛰어난 인재가 우글거리는 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병법 이론에만 능통했던 조나라의 조괄이 사령관이 되었다가 조나라 군사 40만명이 생매장 당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코 지식이 많다고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알고, 사람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만이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 곁에는 언제나 훌륭한 인재가 많다. 한 나라의 최고 리더인 대통령을 뽑을 때 후보자들만의 방송토론을 할 게 아니라 각 후보자 곁에 어떤 능력있는 인물이 그를 보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래야 후보자가 진정 리더십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며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앞세우는 이가 어찌 능력있는 인재를 알아보고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는가. 자신에게 아부하는 이들이나 가까이 할 뿐...

[정기석 기자 ael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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