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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8일부터 4월 2일까지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온유갤러리에서 조은신 열일곱번째 개인전 <Good Luck to You>이 열린다.
조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선인장(a cactus)은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식물'이라 칭하고 싶다. 가시투성이로 그 부드러운 속살을 보호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색상과 모양을 지닌 꽃을 어느 순간 피워내는 모습에 절로 탄성이 질러진다. 마치 인고의 시간 속에서 삶은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선인장(仙人掌)은 그 이름처럼 모양이 신선의 손바닥처럼 생겨 명명(命名)되었다 하는데, 신선의 손길로 세상의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작품하나 하나에 담아 표현해본다. 내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호서대학교 김상채 교수는 " 수많은 가시를 가지고 야성의 거친 땅에서 불굴의 의지처럼 피어오르는 선인장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작가는 대상 넘어 본질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고자 한다. 그 결과 조은신의 예술적 역량은 더욱더 증폭되어 우리들에게 특별한 Fantasy의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고 말하면서 "작가가 펼치는 판타지에는 작품만큼이나 아름답고 따뜻한, 감동 넘치는 그의 성정이 듬뿍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자기 반추와 표상으로서 선인장 - 조인호(미술사)
조은신의 작업에서 선인장은 작가자신을 상징하는 주된 소재가 된지 오래다. 실존의 위기와 고난이 끊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 같은 세상 속에서 무수한 고통이나 악조건들과 부대끼면서도 희망의 꽃을 피우는 선인장으로부터 자기위안과 치유와 강인한 생명의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척박한 생장환경 속 실존을 위해 두터운 외피와 날카로운 가시들로 자신을 감싸면서도 결코 경직되지 않는 여리고 부드러운 속살로 형형색색의 생명을 키워가는 선인장의 모습을 자신과 일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보살피거나 보호받지 않아도 살아남는 강한 생명력,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내면을 지닌 선인장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조은신의 작품들은 대부분 반복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선인장이라는 도상 소재와, 내부로부터 차오르는 촉촉한 생명의 생기를 갈망하는 화려하지만 건조한 색상들에서 큰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이전의 거친 붓질의 흔적이나 오브제를 오려 붙이며 화면의 입체적 변화를 시도하던 작업들과는 달리 시각적인 군더더기를 줄이고 지극히 단순 간결한 선인장의 이미지만을 도상화시켜 작가 내면의 독백들이 쉽게 읽혀지도록 하고 있다. 단단히 둥글게 움츠리거나, 층층으로 생장을 키워나가거나, 마른 허공으로 줄기를 뻗어 벌린 선인장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서 장식적 패턴이 되어 화면을 구성하거나, 가느다란 밀집선과 연속된 반점들로 화려하게 수놓아지고 있다.
그 선인장들은 대개 실제 현실 삶과는 대척점에 있을 바다를 그리워한다. 심연의 대양과도 같은 단색조 푸른 배경에 섬처럼 떠 있거나, 리본을 단 물고기 떼가 유영하고, 파도가 일렁거리고 물결이 이는가 하면, 비구름과 물뿌리개와 유리병들이 떠다니기도 하고, 물보라들을 일으키며 소라 떼들이 줄지어 흘러지나가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이 작가의 또 다른 상징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자연인이자 예술가로서의 삶 속에서 체화된 자신의 심상 이미지들이 내면의 투사체로서 여러 선인장들로 형상화되어 화면구성에 따라 각기 다른 도상들로 드러내어지고 있다. 현실의 제약과 내면의 열망을 대비적 개념으로 이상화하여 초월을 꿈꾸는 일종의 회화적 환타지(fantasy)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그림 속 원색들은 비현실적 환타지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 주는 상징색으로서 매개역할을 하고 있는데, “수 만 가지의 색 중에 작가에게 선택되는 색”이면서 “작가의 온 몸짓을 표현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반복적으로 즐겨 사용되는 몇몇 색채 자체가 선인장 도상들과 더불어 작가의 내적 심리상태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즉, 진분홍빛 행복을 열망하면서 청록의 건강한 생명력으로 현실의 대지에 곧추서려는 작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내면의 정신적 갈증에 목말라하는 키치(Kitsch)스럽고 소박한 색조들에서 억척스런 무지렁이 삶의 존재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물론, 그 색채들은 단박에 칠해내는 산뜻한 색채들과는 다르다. 화판에 밑칠을 하고, 물감을 뿌리고 덮어 고운 모래를 섞거나, 진주ㆍ보석을 곁들여 사포질을 해서 두터운 질감을 내는 작업과정들이 생의 단층들처럼 겹겹으로 덧쌓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조은신의 자의식과 관련된 작업들은 이전 작업에서 보여지던 깎아지른 낭떠러지 끝에 위태롭게 놓인 의자, 뿌리 뽑혀 허공을 부유하는 잎 떨어진 나무, 거친 파도에 부딪치며 힘 있게 버티고 선 바위그림들에서 짙게 묻어나던 고독과 실존의식과도 여전히 일정하게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러면서도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현실을 풀어나가는 품성 그대로 선인장으로부터 무지개처럼 피어나는 오색찬란한 희망의 꽃들을 펼쳐내며 강렬한 생의 의지를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조은신의 작업은 다분히 자전적 서사가 기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선인장으로 표상화된 특정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차용 변용해 가며 자신의 회화적 아이콘으로 설정하고, 이질적인 것들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현실의 자기확인과 초극의 세계를 향한 상징체계로 화면을 구성해 나가고 있는데, 완곡하게 표현되어진 자신의 표상이자 자기반추를 통한 치유와 거듭남의 과정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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